[김현아] 사상교양과 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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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은 대규모 사상일군대회를 열고 '혁명적인 사상공세로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사상사업, 사상교양은 남한에 없는 단어입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의 사상교양, 사상사업을 세뇌라고 이해합니다. 세뇌를 영어로 브레인워시라고 합니다. 이는 뇌라는 단어인 브레인과 씻는다는 뜻의 워시란 단어가 결합하여 뇌수를 씻어낸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세뇌는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것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을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뇌라는 단어는 6.25전쟁 시기에 생겼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은 연합군 포로들을 세뇌하여, 조직적인 저항을 줄이고 정치적인 신념을 바꾸도록 유도했습니다. 전후 풀려난 포로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면박탈, 엄격한 정보통제, 개인의 자율성을 파괴하는 심리학적인 조작방법 등 동원되어 그들의 신념을 바꾸게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서구사회에 세뇌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학자들은 세뇌에 대한 연구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그에 의하면 세뇌는 여러가지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중국에서 진행한 것은 군사적 목적으로 진행한 세뇌입니다. 그런가 하면 도쿄지하철 독가스 주입사건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옴진리교 사람들처럼 종교적 교리에 세뇌될 수도 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주민들에게 주입한 것은 사상적 세뇌라고 합니다. 1970년대 남한에서는 북한사람은 얼굴도 빨갛고 머리에 뿔이 났다고 교육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주민이 북한사람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을 미국이 일으켰다고 배워주었기 때문에 지금도 주민들은 그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뇌방법으로는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제도나 협조에 대해서는 상을 내리고 비협조적인 경우에는 추방이나 비판을 가하는 보상체계를 만드는 제도적 수단이 동원됩니다. 구금하고 음식이나 수면을 박탈하고, 노역을 시키거나, 고문을 가하는 등의 강제적 방법도 이용됩니다.

또한 정보 통제도 세뇌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다른 나라의 방송, 책, 영화 등을 시청을 억제하여 자기의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강압적 방법이 허용되는 국가는 북한을 비롯한 몇몇 독재국가 외에 없습니다.

세뇌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게 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비강제적 방법인 교육과 언론, 여론 등을 조작하는 수법을 이용합니다. 지난 시기 남북은 주민들을 세뇌화하기 위해 각각 자기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위조했습니다. 또한 남한의 민혁당 사건, 북한의 종파사건과 같이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세뇌방법으로 주목되는 것은 부단한 반복입니다. 거짓말이라도 계속 반복 주입하면 무의식적으로 믿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뇌는 개인보다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할 때 그 효과가 훨씬 높아진다고 합니다.

세뇌는 학문의 연구대상일 뿐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 소재로도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국가의 주민에 대한 세뇌를 주제로 한 것입니다. 그 소설을 읽으면서 북한 현실과 너무도 같아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남한은 세뇌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연구하며 그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북한재평가, 역사바로알기 등을 통해 되돌아보고 지난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사업이 널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사상적 세뇌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북한의 사상 사업이 체제유지를 위한 세뇌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