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유엔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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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취소로 인해 말밥에 올랐습니다. 방문을 하루 앞두고 설명도 없이 유엔사무총장의 방문을 취소한 것은 외교관례를 무시한 매우 무례한 처사입니다. 가뜩이나 북한에 대한 불신임이 강화되던 때에 연이어 발생한 이번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무례함에 대한 비난과 불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개성공단 방문을 갑자기 취소했을까 갖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냉전시기 북한은 유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민들에게 전파했습니다.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말로는 1, 2차 세계대전을 막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차 대전을 묵인하는 등 항상 강대국에 휘둘려왔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그 이후 조직된 유엔도 미국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습니다. 해방 후 유엔감시하의 공동선거도 반대했고 특히 전쟁시기 유엔군의 이름으로 조선전쟁에 16개 나라들이 참전하면서 유엔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더욱더 적대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유엔에 단독가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남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적으로 유엔에 가입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남북이 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남한은 남북유엔동시가입안을 내놓았으나 북한은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199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고 소련과 중국이 연이어 남한과 외교관계를 맺게 되자 체제위험을 느끼게 된 북한정부는 반대하던 유엔동시가입안을 받아들여 1991년 유엔에 가입했으며 뉴욕에 유엔대표부도 내왔습니다. 그리고 1979년과 1993년에 유엔사무총장의 북한방문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가고 있는 오늘, 세계에서 유엔의 역할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에는 193개국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유엔은 전쟁억제와 평화유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특히 제 3세계 나라들의 정치적 지위 향상과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도 유엔에 가입한 이후 유엔개발계획 세계식량계획, 유엔아동기금 등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으며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오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려면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장이 유엔입니다. 그리고 유엔사무총장은 이러한 유엔의 총책임자입니다. 유엔은 미국의 뉴욕에 자리 잡고 있지만 미국에 속한 기구가 아닙니다. 유엔은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로 업무수행시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현재 유엔에는 1만 6천여 명의 공무원이 있으며 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자기의 군대와 경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외교관례상 유엔사무총장은 국가원수나 총리급 예우를 받습니다.

그런데 현재 유엔사무총장이 남한 사람입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남한의 외교장관으로 일한 후 2006년 12월부터 제8대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했고 2011년 재선되어 2기째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불허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남한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항상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정치적으로 무력하고 국방력이 보잘것없는 허수아비 나라로 선전하고 있던 북한지도부로서는 남한의 외무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되어 2기 연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엔이 지난 기간 많은 지원을 해주었지만 동시에 유엔인권회의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인권 특별조사를 진행했으며 남한에 유엔북한인권사무소를 설치하려 한다는 사실도 괘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문을 승인했다가 다시 불허한 것은 무례한 국가라는 이미지와 지도자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유엔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