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621호 육종장, 용문 술공장, 2월 20일 식료공장에 대한 현지지도소식이 북한의 매체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투부대를 위주로 찾아다니던 북한지도부가 경제 분야를 지도한다고 연일 소개하고 있어 그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현지 지도한 육종장과 술 공장, 식료공장의 건설자와 운영자가 모두 군이라는 사실입니다. 원래 군에 필요한 물자는 민간에서 생산해서 조달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군대에 필요한 모든 것은 무조건 우선적으로 생산 보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육종장, 고급 술공장, 식료품공장을 군이 건설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공장들에서는 군인들에게 먹일 것을 생산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군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버터나 고급술이 아닙니다. 일반군인들은 쌀과 채소 소금 같은 기초적인 식품이 모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거리가 먼 그러한 기업들을 군이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군 상층부에게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군이 운영하는 기업이나 외화벌이 기업들에서 번 돈이 상층부에 헌납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북한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원래 사회주의경제는 시스템 자체가 성공할 수 없는 모순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북한경제의 급속한 파산에는 당이 따로 돈주머니를 만든 것도 한몫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당 경제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속히 확장되었고 돈을 좀 벌만한 기업은 모두 당 소속으로 넘어가다 보니 내각경제는 허울만 남았습니다. 1990년대 선군정치로 전환하면서 당을 본딴 군경제가 또 생겨났고 당 경제 못지않게 확장되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돈을 좀 번다는 공장이나 외화벌이 기업은 모두 중앙당소속 아니면 군소속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조금밖에 벌지 못하는 돈이 모두 당이나 군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이나 군부는 번 돈을 인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체제 강화를 위한 행사나 선전, 핵이나 미사일 실험 같은데 쓰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한 당이나 군부에서는 번 돈의 상당량이 고위간부나 실무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익부 빈익빈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나라의 경제는 파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현하면서 내각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군이 가지고 있던 공장이나 외화벌이 기관들을 내각으로 돌리는 조치를 취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것이 빈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적극 소개되는 승마장, 잔디, 현대적인 놀이장, 불판구이식당, 세포등판의 풀밭까지 모두 발전된 서방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간부들이 호화로운 환경에서 자랐고 몇 년간 서방체험까지 한 지도자에게 점수를 따려면 가난한 현실이 아닌, 현대화된 무엇을 보여주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건설된 공장들 중 최고지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현대화된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라 살림을 책임진 내각이 아니라 군대입니다.
북한은 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민이 생산수단의 주인으로 된 사회주의사회가 아닙니다. 당, 군의 극소수 상층부의 집단이 자신의 권세와 치부를 위해 나라 재산을 독차지하고 제멋대로 주무르면서 주민들에게는 사회주의를 위해 헌신하라고 강요하는, 가장 불평등한 계급사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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