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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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은 전쟁이 발발한 날입니다. 이날을 맞으며 북한에서는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 군중대회가 평양을 비롯한 각 도소재지에서 열렸습니다. 군중대회에서는 전쟁의 도발자인 미국을 규탄했습니다. 오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먼저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을 누구나 공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이 미국의 침략을 규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묻지 않아도 뻔한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미국을 규탄하는 대회장에서 토론을 하고 구호를 외치는 북한주민들을 보면서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전쟁을 미국이 일으켰다는 당국의 주장을 믿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보면서 북한의 정보통제력에 소름을 느낍니다.

한편 세상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북한의 집요한 반미의식입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로 미국과 장기간 전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1975년 정전된 후 1977년부터 미국과의 화해를 서둘렀고 1995년 미국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사실 6.25전쟁은 남북 간의 전쟁이기라기 보다 남한을 지원한 미국과 북한을 지원한 중국과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1993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고 두 나라사이의 관계는 날을 따라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여전히 1950년대의 반미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베트남과 남한은 자기의 적국이었던 미국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는데 북한은 반세기 넘도록 집요한 반미의식을 추구하고 있을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지도부의 열등의식에 있습니다. 열등감은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의식입니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항상 자기는 경쟁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늘 불안과 공포를 느낍니다. 열등감은 대체로 모든 일에 주저하고 피하는 소극적 행동을 유발하지만 반대로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대상으로 인해 열등감을 갖게 되었다면 그에 대한 감정을 10년이고 20년이고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기회가 되면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서 맹렬하게 공격함으로써 자기의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김일성은 6.25전쟁 이후 겉으로는 대범하고 미국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무시했지만 내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국을 첫째가는 원수로 규정하고 미국을 남한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웠습니다. 김정일도 전쟁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미국의 위력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전쟁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발전상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열등감은 낙후하고 뒤떨어진 나라의 지도자라는데 근원이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미국에 대한 도발입니다.

사실 북한만 가만있으면 미국이 구태여 북한을 공격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늘 말했던 것처럼 북한은 이라크처럼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도 아니고 군사적 요충지도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미국 백악관에 핵폭탄이 터지는 동영상을 제작해서 인터넷에 올리는가하면 미국사람을 억지구실을 부쳐 북한에 억류함으로서 자국국민에 대한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국민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강대국을 대상으로 도발을 하면서 마치 세계의 왕이 된 것 같은 황홀한 감정을 느껴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왜곡된 열등감일 뿐입니다.

열등감과 반대되는 감정은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을 찾으면 열등감을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고 앞으로 전진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찾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과거로 도망치는 습관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열등감은 개인을 파멸시키지만 지도자의 낮은 자존감은 국가를 파멸시킵니다. 북한지도부는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북한의 낙후성을 인정하고 그를 극복하고 나라를 발전시킬 방도를 찾고 실천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