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선거표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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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7월 30일 보궐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보궐선거란 임기 중에 사망 또는 사퇴하거나 기타 이유로 당선이 무효가 된 의원을 다음의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선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선거해야 할 국회의원은 15명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전과 달리 유명 정치인사들은 떨어지고 신진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되었습니다. 또 보궐선거에서는 집권당이 패한다는 공식을 깨고 새누리당이 예측보다 많은 선거구에서 당선되었습니다.

선거결과는 주민들의 민심을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주민들은 집권당의 정치나 야당정치에 대한 희망을 선거표를 찍는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일상에서는 수천만의 주민들이 정당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해보면 주민들의 생각과 태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이 내세운 정책이 주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동안 현정부심판론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 확증된 것입니다. 이렇게 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자기의 요구를 주장하는 것을 "선거표로 말한다"고 표현합니다.

정치인들도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야당의 거물급 정치인은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오랜 정치적 신념이었고 따라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겸허히 수락하고 정치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했습니다. 또한 선거에서 실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부는 총사퇴했습니다.

만약 북한에 이런 선거제도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지금 북한지도부도 주민들의 민심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북한지도부도 주민들의 민심을 잡기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오랜 기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렵게 살아온 주민들에게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으로 평양에 현대적 살림집, 물놀이장,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문 방송을 통해 행복하게 사는 주민들의 모습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주민들의 마음에 들겠는지는 의문입니다. 평양은 부익부 빈익빈이 가장 심한 곳입니다. 평양에서도 잘사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다수 주민은 어렵게 삽니다. 현대적인 주택에 입사한 주민은 극소수고 물놀이장에 가서 즐길 수 있는 주민보다 가지 못하는 주민이 더 많습니다. 각종 놀이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민들은 현 지도부에 찬성표를 내겠지만 거기에 갈 수 없는 주민은 다른 당에 찬성표를 줄 것입니다.

더욱이 지방주민들은 지금의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나라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서 평양만 꾸리고 평양주민에게만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지방의 재정과 노력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다보니 지방은 평양과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해졌습니다. 지방에는 물놀이장도 없고 그렇다고 주민들이 평양에 놀러갈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물놀이장보다 당장 생계가 급합니다. 지방주민들이 남한처럼 선거표로 말할 수 있다면 절대다수 주민이 집권당에 찬성표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선거에서 패한 남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남한의 현 집권당이 주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경제라는 정책을 선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 만약 야당이 있다면 정책개발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힘을 국방에 투자하는 선군정치가 아니라 나라의 경제발전에 모든 힘을 넣는 경제우선정치를 하겠다고 공약하면 될 것입니다. 또한 실패한 사회주의경제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주민들이 너도나도 찬성표를 줄 것입니다.

북한주민도 표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