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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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중국에서는 전승절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중국에서는 1945년 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이 일본으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아낸 다음 날을 항일전쟁승리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서방의 국가들은 히틀러 독일을 타승한 5월 7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타승한 날을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70돌 기념행사를 크게 치렀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에서 남한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져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남한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이 북한에서는 최룡해비서가 참가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 주석단 중심에 자리 잡았지만 최룡해비서는 비서다 보니 한쪽 끝에 자리가 차례졌습니다.

사실 지난날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 국가는 중국이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중국 사람들과 함께 항일혁명을 했고 그 우정이 이어져 전쟁 시기 중국인민지원군이 참전해서 북한과 함께 싸웠습니다. 그리고 남한은 중국인민지원군의 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중국과 남북관계는 바뀌고 있습니다. 2013년 한국과 중국사이의 무역액은 2354억 달러로 북한의 67억 달러에 비하면 37.5배가 됩니다. 2013년 370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고 반대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430만 명으로 한해 800만 명이상의 인적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도 얼마 있지 않아 발효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사회주의 이념에서의 탈선으로, 정책적 오류로 평가하고 중국의 거듭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993년 중국이 남한과 외교관계를 설정하자 그 때부터는 중국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로 북·중 관계는 더 나빠졌습니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북·중 관계는 더욱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뢰폭발과 확성기 방송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중국이 적극 나서겠다고 하자 북한은 누구의 자제타령도 도움으로 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고,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담을 하는 과정에 북한 문제를 언급한 것을 빌미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발언을 '모욕'으로 표현하는 등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원망하지만 사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은 이웃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나 그 불똥이 자기에게 튀는 것이 싫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로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켜 일본과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중국에 매우 불리합니다. 그래서 핵개발을 중지하고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북한은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 엇서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중국이 국경을 봉쇄하면 원유가 없어 탱크나 비행기는 물론 모든 차들이 멎고 조금 돌던 공장마저 멎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무역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경제는 파국에 처하고 말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고 정의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고정불변한 것이 없습니다. 나라들 사이의 관계도 변합니다. 더욱이 북한처럼 도발적인 나라를 좋아할 이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라들 사이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격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