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북은 10월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이번 행사 대상자로 누가 선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9월 9일 컴퓨터 추첨을 통해 상봉단 규모의 5배인 500명을 선발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고령자를 배려해 1차 대상자 중 50%를 90살 이상으로 선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발된 사람들이 모두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가운데 북의 가족을 진짜 만날 생각이 있는지와 금강산 상봉을 견딜만한 건강상태가 되는지를 확인한 뒤 250명으로 압축하게 됩니다.
그러나 250명에 포함되어도 북한에서 상봉대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하면 만날 수 없습니다. 보통 절반정도만 상봉대상자가 확인됩니다. 그러므로 최종 100명 만이 이산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 남한의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모두 6만6천292명입니다. 최종 상봉 대상자가 되기 위한 경쟁률은 무려 600대 1이 넘습니다. 이번 1차 추첨에서 뽑히지 못한 이산가족들의 실망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구상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극적인 행사입니다. 60여 년 간 생사를 모르고 있다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형제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그토록 그리워했건만 치매로 딸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90세 노모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만나는 가족은 행복한 가족입니다.
추정에 의하면 해방 후부터 전쟁 시기까지 29만 명이 월북하였거나 납북되었으며, 약 45~65만 명이 월남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도 지금처럼 한해에 100명씩 만나면 650년이 걸려야 다 만날 수 있습니다. 매달 100명씩 만나도 무려 50여년이 걸립니다. 이는 이산가족의 과반수가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60년대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참가 하에 사회안전성 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 주민들 동향을 보고하던 한 간부는 지금 월남자가족들이 남한에 간 가족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어 문제라고 하면서 이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가족들이 헤어지면 그리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왜 통일을 하려고 하는가,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들이 가족을 그리워하지 못하게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통일해서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북한지도부만 허락하면 당장 남북이산가족이 모두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반대로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남한의 소식이 북한주민들에게 퍼지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거래수단으로만 찔끔찔끔 남북이산가족 행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의 아픔이 남한과의 협상카드로 된 것입니다. 남한의 이산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가족상봉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라도 하고 있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국가에 요구조차 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월남자가족은 아직도 성분으로 인한 차별 때문에 죄의식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산가족이 된 것은 개인의 죄가 아닙니다. 남북의 대립되는 체제, 대립되는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비극입니다. 이산가족은 자기의 가족을 만날 권리가 있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곁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인륜에 반하는 것입니다. 만나고 싶은 가족은 언제나 서로 만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면하게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며 그 횟수를 늘여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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