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 난파되어 떠내려 온 북한어선이 연이어 발견되어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10월 말 이후 11척의 소형 목조어선이 발견되었는데 지난달 20일 이시카와현 해안에서 발견된 3척의 어선에는 10구의 시신이, 이틀 뒤 후쿠이현 해안에서 발견된 어선에서는 6구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은 너무 많이 부패돼 사인을 규명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선박이 올해에만 34척이 발견되었고 지난해에는 65척, 2013년에는 80척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북서풍이 부는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선박들이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뱃일은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래서 뱃사공은 사잣밥을 지고 바다에 나간다고 했습니다. 고기 잡으러 떠나갔다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부둣가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옛말이 21세기 북한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경제파산으로 국가 수산업이 무너진 이후 개인들이 고기잡이를 시작했습니다. 개인 수산업은 매우 영세했습니다. 일본에서 발견되는 어선들은 길이가 10~12미터로 소형이고 상태도 열악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이 넉넉지 못하다보니 나무로 배를 묶고 거기에 중국산 4마력 또는 8마력 기관을 들여놓는 방법으로 고깃배를 만듭니다. 배에는 항해설비도 육지와 연락할 통신수단도 없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험한 뱃일을 하는 주민들의 사정을 알아주기는 고사하고 그들을 가혹하게 통제했습니다. 배의 출항을 허락받는 것부터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갖가지 조건을 내걸고 허락해주지 않기 때문에 뒷돈을 바쳐야 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 떠내려 온 고깃배에는 조선인민군 군부대 이름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군인들이기보다는 출항허락을 위해 군부대에 이름을 걸어놓은 고깃배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고기를 잡고 들어올 때는 갖은 구실을 다 붙여 잡아온 물고기를 빼앗았습니다. 게다가 북한정부는 중국과 계약을 체결해 중국배가 고기 잡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주민들의 고기잡이를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커다란 기계배에 현대적인 어군탐지기를 갖추고 고기를 잡는 중국어선을 자그마한 목선들이 감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기를 잡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어민들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바다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가까운 바다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항해설비도 통신설비도 없는 쪽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기상예보를 알려면 라디오가 필요한데 그것도 통제품이라고 잘못 걸리면 회수당합니다. 운이 나빠 풍랑을 만나거나 배의 기관이 고장 나면 구해달라고 신호를 보낼 데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수단이 없는 북한주민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뱃사공 일을 하려고 너도나도 배를 만들었습니다. 쪽배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함경남북도에 등록된 배만 해도 7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김정은은 고기를 많이 잡아 주민들에게 물고기를 공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잡아온 물고기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도 신문에 크게 났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내대고 고기를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어부들을 걱정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지어 북한정부는 많은 주민들의 시신이 일본에서 발견되었지만 한 구의 시신도 찾아간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쪽배에 몸을 실었다가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고향과 가족을 그리며 구천을 슬프게 떠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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