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판문점에서 열렸던 북남고위급군사회담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이 결렬되었습니다. 금년 신년공동사설에서부터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해 온 북한정부는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남북대화를 요청한 이후 최고인민회의, 인민무력부,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한에 전 방위적인 대화공세를 벌였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마주 앉게 된 북남군사 예비회담에서 북한 측은 첫날과 다음날 오전까지는 남측이 어리둥절해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회담에서 볼 수 없었던 양보와 아량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후에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천안함 사건은 철저하게 우리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미국의 조종 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하며 10여 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신문과 통신 방송에서 남한당국이 원래 대화 의지가 없었고, 대화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한에 있다고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시종일관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은 남한과 함께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남한은 북한에 있어서 두려운 존재입니다. 남북의 차이가 하늘과 땅 같은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활성화되어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현실을 알게 된다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상황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남한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지원을 주어도 주민들에게 차례지는 것이 별로 없고, 달라지는 것이 없을뿐더러 남한에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핵무기개발 미사일발사 등으로 남한만 자극하는 북한정권의 행태는 남한주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때문에 현재 남한주민들의 상당수는 북한의 현 정권에 대한 지원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탄압에나 도움이 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연하게 된 배경에는 주민들의 이러한 의견이 크게 작용했고 따라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퍼주기 정책으로부터 선회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정부는 주체화 구호 하에 파괴된 경제를 자체복구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형편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가 없이 북한경제의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했고 최근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자존심을 세우면서 지원을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에 대해서는 더 그러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남북대화를 먼저 제기하고 나섰지만 사실 남한에 사죄하고 지원을 받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북한의 남북대화제의는 남북관계를 해소가 아니라 자신들이 남북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사태를 오도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상투적 수법에 속을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이번에 남한은 북한과 대화를 한 셈입니다. 그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북한이 남한에 사죄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자신들은 그 어떤 양보나 대가지불이 없이 일방적인 남한의 경제적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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