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백두산 화산 폭발과 자연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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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14일 '백두산밀영 기상관측소 자료'를 인용해 "1월 말부터 정일봉 일대의 기온이 점차 풀리면서 2월10일 현재 소백수 골짜기에는 버들 꽃이 피어났다"며 "올해는 여느 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 버들 꽃이 피어났다"고 전했습니다. 2월 7일에는 낮 1시부터 32분간 햇무리 현상이 나타나 김 위원장의 생가로 선전되는 백두산 밀영 고향집의 경치가 이채로워졌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장군님의 위대성을 자연도 알고 있어 생일을 축하하여 백두산 소백수의 버들 꽃이 계절을 앞당겨 피어나고, 햇무리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종교를 금하는 나라입니다. 당에서는 종교의 원인은 자연과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부족, 그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있다고 교양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는 착취계급 지배계급이 대중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연숭배는 원시종교에 속합니다. 원시인들은 하늘·해·달·별·바람·비·번개, 물·불·산악·삼림·강·바다·암석 새 동물 등을 자기들의 앞날과 연계시키고 길흉화복을 예언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선전하는 수령의 위대성 논리가 결국 비과학적인 자연숭배, 원시종교에 근거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숭배하여 마지않는 자연이 북한 편들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최근 백두산의 화산폭발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백두산 일대에서는 1999년 이후 최근까지 모두 3000여 차례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화산활동이 지하에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남한의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10월 대한지질학회 발표를 통해 "백두산 화산 폭발의 징후가 뚜렷하고 크기는 아이슬란드 화산의 10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두산은 북한지도부가 가장 숭배하는 산입니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체제의 뿌리를 백두산에서 찾고 있습니다. 때문에 김정일의 고향을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백두산으로 옮겼고 고향집을 지어놓고 전국의 학생들과 주민들이 찾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식으로 해석하면 백두산폭발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백두산화산은 946, 947년에도 폭발했으며 이로 인해 발해가 멸망했다고 추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지도부는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한 소문이 체제위기로 이어질까 두려워 얼마 전 노동신문에서는 백두산이 정상이라는 소식을 실었습니다.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연구도 주민들이 모르게 비밀리에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한의 과천과학관은 지난해 과천 국제SF영상축제에서 '천지분노! 백두산 대폭발!'을 주제로 하는 SF스토리공모전을 열었습니다. SF영화란 북한말로 과학환상 예술영화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 층을 자극해 분화가 촉진된다는 설정으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체제가 자연의 저주를 받아서 백두산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은 물론 비과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북한이 개발한 위대성 논리입니다. 이런 현상을 일러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치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