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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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는 모두를 바꾸어라" 이는 삼성기업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자신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핵심경영진에게 한 말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은 잘해봐야 1.5류"라며 치열한 IT공업(전자공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사를 건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질 위주의 경영, 위기론에 근거한 쉼 없는 매진을 신경영철학으로 제기했습니다. 결과 1992년 35조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9년에는 200조원으로, 순이익도 1,7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늘었고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세계 19위로 성장했습니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의 수명은 6개월이라고 합니다. 컴퓨터나 손전화기 텔레비전은 물론 아이폰, 갤럭시탭 같은 북한에서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전자제품이 몇 달 지나면 낡은 것으로 되어 버려 팔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변화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합니다.

문화도 급속히 바뀌고 있습니다. 언어가 바뀌고 패션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남한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소통이 안 되는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들이 쓰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그들이 즐기는 게임, 그들이 부르는 노래 등을 알 수 없습니다.

정치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동유럽사회주의국가에 이어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에서도 권위주의국가체계가 민주주의 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남한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나라입니다. 빨리 변했기 때문에 가난하고 뒤떨어졌던 남한은 세계에서 발전되고 부유한 나라의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같은 한반도의 북쪽에 자리 잡은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갔다 온 어떤 분은 북한에 가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 간 것과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북한은 60년대의 남한이라고 합니다.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현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사람이 보기에도 북한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변화가 있었다면 과거로 복귀한 것일 뿐입니다.

최근 북한지도부는 북한체제유지의 불안 때문에 발 뻗고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소식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워 국경을 봉쇄하고 라디오 텔레비전, 삐라, DVD를 통제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세계 속에서 북한만은 시간을 멈춘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도부도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합니다. 90년대 변화를 거부하던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는 무너졌지만 스스로 변화를 택한 중국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최대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은 북한도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세계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방어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같이 변화해나가야 합니다. 그 길만이 북한주민이 사는 길이며 지도부가 살아남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