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대지진과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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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일본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과 해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핵폭발 위험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이목은 일본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상황이 텔레비전과 트위터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연재해에 관한 보도에서는 그 과정이나 피해 상황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피해 상황 보도에서는 일본주민들의 시민의식도 조명을 받았습니다.

물과 식료품 부족으로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지어 8시간 줄을 서서 물건을 구입했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살 수 있는 물품의 양은 매우 적어 겨우 한 사람이 하루 먹을 정도의 식품만 팔아주었습니다. 교통시설도 파괴되어 유일하게 운행되는 지하철도에는 사람들이 늘어선 줄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질서를 잡느라고 늘어선 경찰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질서 있게 서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줄이 흩어지거나 새치기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피난을 하는 경황없는 상황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약탈도 볼 수 없었고 지어 거리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없어 도시가 깨끗하다고 외신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최근 원전폭발의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주민들의 인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그 위급한 상황에서 일본주민들이 보여주는 질서는 세상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본주민, 지어 무서운 일본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주의에 기초한 사회여서 자기밖에 모르는 사회이고 범죄가 판을 치는 사회라고 해왔습니다. 반대로 사회주의 사회는 근로인민대중이 주인으로 된 사회이고 주민들의 역할에 의해 사회가 움직이는 사회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주민들이 보여준 행동은 사회주의 사회인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민주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당과 국가의 통제가 아니라 법입니다. 주민들은 법은 공정하고 국가는 법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시민에 의해 국가가 관리, 통제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원칙을 국가가 강요하는 강연회나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습득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민대중이 주인으로 된 사회는 북한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현 정권이 붕괴되면 질서가 무너지고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어는 무장충돌이 나타날 가능성까지 예견하고 있습니다. 강제적인 물리적 통제에 의해 유지되던 나라가 붕괴되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아비규환의 생지옥 같던 열차와 장마당, 버스를 생각하면 그 예견이 별로 틀리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변화하려면 우선 정치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입니다. 시민의식이 성숙하면 할수록 국가는 더 시민들의 것으로 변화됩니다. 그 의식변화는 강연이나 학습을 통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지어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집니다. 북한이 가야할 길이 정말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