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허울뿐인 최고인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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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고인민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예산심의도 하고 간부인선도 했습니다. 이번에 김정일은 회의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고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되리라고 한 예측도 빗나갔습니다. 김정일의 참석 여부에 따라 회의의 중요성 정도가 평가되는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에 의하면 최고 주권기관이고 인민의 권리가 행해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것처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당보다도 낮고 보위부나 보안서보다도 낮은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기껏해야 하루 이틀 열립니다. 북한의 대의원은 겸직이지만 국회의원은 다른 일을 겸할 수 없고 오직 국회 일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국회를 국회의원들이 몸싸움하는 한심한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잖게 앉아 제시된 안건에 대해 100% 찬성 투표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보다는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몸싸움까지 하는 남한의 국회가 더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서로 갈라져서 싸우는 종파행위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견해와 이익은 합치될 수 없고 따라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대치되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또 인간은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의 생각도 완전무결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개인의 생각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갑을논박을 거쳐 완성해가는 것이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권력에 대한 욕망입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측근을 꾸리고 측근들은 지도자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그 오류를 지적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된 노선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은 권력독점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계속 할 수 없게 법적으로 엄금하고,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를 분리시키고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토의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수령의 의도대로 당도 최고인민회의도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북한, 통일 단결된 위력을 자랑하는 북한은 주민들이 밥 한 그릇 없어서 국제사회에 구걸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 국회, 사법부가 각각이고 이익집단들이 각기 자기 주견을 내세우고 다투는 남한은 세계에서 10위권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정치대국이라는 북한은 외부정보가 들어가는 것도 통제하고 주민들의 이동도 통제하고 지어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도 국가가 일일이 통제하면서 겨우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세상의 모든 소식이 다 들어오고 아무 나라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사람들의 아무 말이나 마음대로 해도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정치대국은 남한인 셈입니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정치체계도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도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