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북한당국은 통일을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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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6.15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은 6.15를 맞으며 내외 호전광들의 대결전쟁책동을 짓부시고 6.15, 10.4선언을 옹호하고 이행하는 투쟁을 강화할 것을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해방직후부터 분단을 반대했고 통일을 위해 6.25전쟁까지 치렀습니다. 전후에도 오랜 기간 시종일관하게 통일을 민족최대의 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세대에 조국을 통일하자"는 구호는 북한 주민 모두의 구호로 되었고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도부의 통일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북한 당국은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지로는 통일을 포기했고 두려워하며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동유럽나라들이 연이어 붕괴되고 동서독이 통일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 당국은 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때문에 1991년 12월 13일 서둘러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조인했습니다. 지금은 이 협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흡수통일을 막기 위한 남북 간의 협정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합의서 채택에 참가하였던 남측실무자들은 북한이 가장 많은 양보를 한 협정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합의서에 서명을 한 연형묵 전 총리는 그렇게 많은 양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또한 1992년 남북통일에 방해가 된다고 그처럼 반대했던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남한보다 먼저 유엔가입을 청원했습니다. 유엔이 남북을 각각 독립국가로 인정되게 함으로써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을 국제법으로 막으려고 한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의 상봉을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해서 통일기회를 놓쳤다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 때 북한은 이미 통일을 포기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 이후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통일이 민족 최대의 과제라는 선전을 계속하면서도 내적으로는 철저히 반 통일정책을 실시해왔고 끊임없는 대결정책을 추구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을 늘 외우면서도 남한 주민을 만나거나 남한의 영화나 방송을 청취한 사람은 정치범으로 취급합니다. 또한 남북합의서를 위반하고 핵무기를 만들고 천안함 사건을 도발하는 등 군사적 도발로 북한의 열세를 만회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2000년대에 들어와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6.15, 10.3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시작한 것도 통일의지 때문이 아니라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생각하는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될 만큼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렵고, 그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어느 땐가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 주민들이 북한의 지도자를 숭배하고 북한의 사회주의제도를 희망의 등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남한에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거기다 남북의 차이가 하늘 땅 같기 때문에 남한의 실상이 알려지면 북한 주민들도 현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은 남한 주도의 통일로 될 것이고 현 북한지도부의 존재도 끝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통일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통일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현 체제를 변화시킬 방도가 통일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