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역사는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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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사람이 남한에 오면 참 혼란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6.25전쟁을 북한이 일으켰다는 사실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 말이 옳은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책을 뒤지고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고 친구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진리를 찾아 헤맵니다. 일정한 시일이 지나서야 "아, 정말 북이 먼저 전쟁을 일으켰구나." 하는 확신이 생깁니다. 전쟁이 일어난 때로부터 어언 60년이 되었지만 이렇듯 북한 주민들은 전쟁의 진실조차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하기는 북한의 선전선동공세가 하도 강한데다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하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남한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말 전쟁을 남한과 미국이 먼저 일으킨 것으로 믿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동유럽나라들에서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면서 오래 동안 장막에 가려졌던 역사적 사실들이 세상에 하나 둘,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소련의 국가문서고가 개방되면서 조선전쟁준비와 관련하여 진행된 스탈린과 김일성사이의 회담내용과 문서들이 공개되었습니다. 또한 전쟁을 계획하고 진행하는데 직접 참가했던 사람들의 증언도 잇달아 나왔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도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쟁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김일성은 1949년 미국이 남한을 자기들의 작전권에서 제외시키고 무력을 철수한데다가 남한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어 전쟁을 일으키면 단시일 내에 얼마든지 조국을 통일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 남한정부는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쟁 상황은 돌변했습니다. 북한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김일성은 모택동에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전쟁은 결국 유엔군과 중국과의 전쟁으로 확대되었고 3년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본 위치에서 끝났습니다.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습니다. 400만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나라는 그야말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남북은 전후에 다 같이 배를 곪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전쟁은 특히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남북의 적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그것을 뒤집었습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왜곡했고 전쟁은 김일성의 현명한 영도에 의해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전쟁의 책임을 남노당파에 물어 그들을 남김없이 제거해버렸습니다.

지금도 북한주민들은 못사는 원인이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책동에 있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고 조국통일을 위해 모든 곤란을 참고 견디고 있습니다.

이번 6.25에도 북한당국은 미국과 남조선에 의해 일어난 조국해방전쟁을 운운하며 적들의 새 전쟁 도발책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고 합니다. 특히 국제조사단의 과학전 조사로 북한군부의 소행임이 밝혀진 천안함 사건도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켜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남한당국의 조작극이라고 어거지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6.25의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처럼, 역사는 속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