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44년 만에 열리는 당대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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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26일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대표자회를 9월 초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 통치력약화설, 김정은 후계체제수립에 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게 되는 당 대표자회는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표자회를 개최하는 것은 44년 만입니다. 66년 10월 2차 당 대표자회 때는 당 중앙위원장제가 폐지되고 총비서제가 도입됐습니다. 또 58년 3월 대표자회 직후에는 정파 투쟁이 벌어져 김일성 반대파에 대한 숙청이 가해졌습니다. 결국 이전에 열렸던 당대표자회는 북한권력의 유일화, 권력독점을 촉진시켰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유일화, 권력독점은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았습니다. 오늘 북한은 주민들이 한 끼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하고, 듣고 보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자유조차 없는 암흑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북한이란 이름은 국제사회에서 가난과 인권불모지의 대명사로 되었습니다.

모택동의 사망 후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중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사실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정치학자들은 등소평이 이러한 노선을 채택하게 된 것은 중국이 비록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체제였지만 집단적 지도체제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모택동은 독재자였지만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은 당 규약에 민주주의 중앙집권제 원칙에 의하여 조직운영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대회나 전원회의가 진정한 토의마당으로 되어본 적도 없고 그나마도 열린지 까마득합니다. 조선노동당은 노동자 농민의 대중적 정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의 3대에 걸치는 권력을 보장하는 개인의 사당으로 변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가장 현명하고 그의 영도를 따라 갈 때 승리와 영광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습니다. 인간의 판단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판단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도는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논쟁에 참여하여 의견을 모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통일단결을 강조하고 분파를 무섭게 경계합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주위에 한사람같이 뭉친 조선노동당의 위력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권력은 분산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독점은 일시적으로는 힘을 한곳으로 모아 어떤 성과를 이룩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패와 독선을 가져와 발전을 가로막는 악으로 변합니다.

지도자의 무오류성, 절대적인 통일단결 때문에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에 와서도 북한만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못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누구나 알면서도 누구도 감히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체제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이번 당대표자회의가 어느 개인을 추대하는 자리가 아니라 당내의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대회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