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북한이 수해 사실 밝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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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의 텔레비전 방송은 개성지역에 큰물이 나서 논밭이 물에 잠기고 다리와 구조물 살림집이 파괴되었다는 보도를 해서 세상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폭염과 홍수로 인한 피해상황이 날마다 보도되어 거의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도가 관심을 끈 것은 피해사실보다 그 의도 때문입니다.

사실 큰물 피해는 북한의 보도감이 될 수 없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은 남한에서 수해피해가 날 때마다 수재가 아니라 남조선당국의 반인민적 시책으로 인한 피해, 즉 인재라고 보도하군 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야 말로 북한당국의 반인민적 경제정책으로 인한 피해 즉 인재인 것입니다. 땔감을 공급하지 못하다보니 사람들이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여내어 산이 벌거벗고 따라서 작은 비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자신들의 과오인 피해상황을 상세히 보도한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지난시기에도 북한은 부정적인 사건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따금 위반하면서 피해상황을 보도하군 했습니다. 1995년부터 1990년대 말 북한당국은 매년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돼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기아 위기를 겪었다고 국제사회에 구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국제기구 사찰단성원에게 피해상황을 확대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거짓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기간 남한과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보도를 그대로 믿고 진심어린 수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남한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지원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우선 북한은 외부의 지원물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아서 지원 단체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물자는 주민들의 돈을 모아서 마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원금을 낸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때문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나라의 실상이 외국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서 지원 단체들이 북한주민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고 지원물자의 공급과정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북한당국이 지원물자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도 아닙니다. 용천폭팔사고가 났을 때에도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숱한 지원물자를 보냈지만 극히 일부분만 용천주민들에게 차례졌을 뿐 대다수는 간부들과 군부에 공급되었습니다.

거기다가 북한은 지난 기간 제일 많이 도와준 남한주민들에게 고맙다고 할 대신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 천안함 폭침과 같은 무모한 행동으로 반감을 사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지원국이었던 미국도 밤낮 거짓말을 일삼는 북한과의 거래에 흥미를 잃고 있고 현 북한정부에 대한 강한 압박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미 10여년 넘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 달라고 할 염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북한당국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강성대국 건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경제의 복구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돈을 주겠다는 나라도, 사람도 없습니다.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해 피해에 대한 보도를 통해서 다시금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