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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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일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전 국민이 통일세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을 제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남한에서는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세금을 걷어서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측과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부터 돈 걷을 필요가 없다는 측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안된 통일세는 독일의 통일연대세와 유사한 세금입니다. 1991년 동서독을 가로막았던 장벽이 해체되자 동독주민 수백만 명이 생활수준이 훨씬 더 높은 서독으로 밀려왔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독일은 급히 통일을 선포하고 동독주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서독 주민들에게 통일연대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초 590억 유로로 예상됐던 통일비용은 30배가 넘는 2조 유로, 즉 760억 달러로 늘어났고. 통일이 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세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동독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서독의 70%수준밖에 안되어 독일정부는 최소한 오는 2019년까지 통일연대세를 지속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독의 1/3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과 남한의 차이는 1/30~1/50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이 급격히 통일 될 경우 통일비용은 3220억 달러로, 현재 남한의 2년 동안의 국내총생산액에 맞먹는 돈이 들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정투자는 남한의 경제발전에 적지 않은 타격으로 될 것이고 주민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통일 후 남한이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하고 북한을 빨리 추켜세우기 위해 지금부터 돈을 모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통일세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물론 통일세의 제기는 현재 북한의 불안한 상황도 감안한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 20여년이 되어오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은 여전히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외국자본의 투자가 없이는 경제회복이 불가능한 조건에서도 북한당국이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각종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북한체제가 자본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누구도 북한에 투자를 하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정일의 건강도 좋지 않고 3대 세습을 위해 후계자로 내정된 아들은 나이도 어리고 통치력도 검증되지 않아 앞으로 북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평화통일 위원회는 17일 담화문을 통해 통일세 제의를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남한은 북한 못지않게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습니다. 흡수통일이 될 경우 부담해야 할 재정적 비용은 점진적 통일 때의 7배라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의 힘으로만은 점진적 통일을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 남북이 힘을 합쳐 북한의 경제를 복구해나갈 수 있고 따라서 점진적 통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정부가 강경정책 일변도정책을 지속하면 북한체제가 무너질 것이고 그럴 때는 남한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안하면서라도 흡수통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비용은 남북의 발전수준의 차이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남한주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