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에서는 6차당대회 후 30년 만에 당대표자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당대표자회의에서는 김정일을 총비서로 다시 추대하고 당 지도부를 새롭게 꾸렸습니다. 회의에서는 하루 전에 인민군대장으로 임명한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앞으로 북한체제를 이끌어 나갈 후계자임을 알렸습니다.
북한체제가 수령1인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 독재체제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북한에서 강행된 인사는 다시금 세상 사람들의 경악을 자아냈습니다. 27살밖에 안된, 왕자로 고이 자라난 철부지 아들을, 지금까지 백성을 위해 한 일도 없고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그를 다만 김정일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하나의 이유로 북한의 장래 지도자로 선택한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세습으로 이미 봉건왕조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지도자로서의 업적을 내세워 그를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엇으로도 변명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상황은 18세기의 프랑스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왕정을 뒤집어엎은 최초의 혁명으로 공인되고 있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0-90년 시기의 프랑스가 지금의 북한형편과 비슷했습니다. 프랑스왕은 절대주의 체제에 의해서 국가와 인민 위에 군림했습니다. 신권왕정 밑에서는 모든 국민이 단순히 국왕의 신하에 불과했습니다. 소수의 귀족·성직자들만이 별도의 특권신분을 구성하고, 90%를 차지한 평민층의 근로와 납세에 기생하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국민은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에 의해 주권은 인민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역사상 최초의 부르주아 혁명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수령이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수령은 특수한 존재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합니다. 프랑스의 사상가들은 국가는 인민의 것이며 국가수반은 인민의 동의에 의해 일정기간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인민의 마음에 들지 않게 정치를 하면 인민은 그를 바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이치로 보면 김정일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권을 내놓아야 마땅합니다.
북한에서는 수십만 주민들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이 2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어 아직도 주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파괴된 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막기 위한 북한당국의 통제와 압박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주민이 처한 상황은 봉건사회, 지어는 일제통치시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령의 결정적 역할이라는 북한이론으로 해석해보아도 김정일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만약 진정한 자유선거를 진행한다면 김정일은 20% 주민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총비서로 재추대한 것을 환영해서 무도회를 열었습니다. 지어 수해피해로 수천만의 이재민이 천막에서 살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한 신의주에서도 춤마당이 펼쳐졌습니다. 남북군사회담에 취재 나온 북한기자는 김정은을 침이 마르게 칭찬해서 남한사람들을 다시금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웃지 못 할 희극을 연출했다"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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