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남한에서는 배추 값이 올라 금값이 되었다고 야단입니다. 금년에 태풍피해로 배추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배추 값이 비싸다는 언론의 보도가 쇄도하면서 배추 값이 더 올랐습니다. 배추 1통 값이 만원을 넘어서 돼지고기 1키로 값과 맞먹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비판의 화살이 정부에 쏠렸습니다. 국회감사 계절이라 국회가 정부의 관계부처를 질타하고 언론은 정부의 늦장 대응, 수요판단 오류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빠 맞은 정부는 배추 값 조정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하고 배추수입량을 늘이도록 하는 한편 배추 물량을 늘이기 위해 배추를 조기 출하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분주합니다. 정부의 대책으로 배추 값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도 금년 초 50원으로 규정했던 쌀값이 1000원으로 무려 20배 올랐습니다. 1월에50원으로부터 400원으로 거의 10배가 올랐고 2월에는 그것이 1200원으로 상승했고 하락하여 500원으로 고착되었다가 7, 8월에 들어서면서 천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조용합니다. 노동신문 지면에는 쌀값이 올라 백성들이 고달프다는 말 한마디 없고 반대로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부의 노고와 그로 인해 주민들이 누리는 행복한 생활을 선전하는 구절로 지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행복의 웃음꽃이 만발한 주민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인민생활을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당과 국가도 인민들에게 사죄 한마디 없습니다. 오히려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주민이동을 통제해 쌀값을 더 올렸습니다.
쌀은 주식물이고 북한주민들은 쌀 외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배추는 주식이 아니라 부식물입니다. 남한주민들에게는 배추 외에도 부식물이 너무 많습니다. 배추김치는 1인당 10통 정도만 하면 겨울을 납니다.
북한당국은 남한정부는 소수 착취계급의 이익만 대변하는 반동적이며 반인민적인 정부라고 합니다. 반대로 북한정부는 근로인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 인민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돌보아주는 정부라고 합니다.
그러나 부식물에 불과한 배추 값이 몇 배 뛰었다고 대책마련에 정신이 없는 남한 정부와 주식물인 쌀값이 수십 배 뛰어도 조용한 북한 정부, 과연 어느 정부가 더 인민적인 정부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합니다.
남한정부가 북한정부보다 주민들을 위해 더 열성적으로 뛰는 것은 남한의 대통령이나 공무원이 북한의 간부보다 더 양심적이고 훌륭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남한정부가 주민을 위해 봉사하게 하는 힘, 그것은 주민들의 힘입니다. 정부가 주민을 외면하면 주민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다음번 선거 때 그들을 교체해버립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힘이 없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아무리 주민생활에 관심이 없어도, 쌀값이 수십 배로 뛰어 굶주려도 주민들은 지도자를 교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찬양하고 충성으로 받들어야 합니다.
인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만들기 전에는 북한의 쌀값이 떨어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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