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에 의하면 중앙당에서 해마다 농장에서 징수하던 군량미 걷는 것을 그만두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금년 농사작황이 너무 열악해서 걷을 곡식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주민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또 금년에만 그만두는지 아니면 앞으로도 없애겠다는 것인지, 그 진위여부는 아직 확증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홍수피해로 평년의 30%, 지어는 반밖에 생산하지 못해 다음 해는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던 농민들은 간만에 들려오는 기쁜 소식을 반기고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 주민의 형편이 다 어렵지만 제일 살림이 어렵고, 가장 배를 많이 곯는 사람이 농민입니다. 1년 내내 들에서 땀 흘린 농민이 배를 곯는 참혹한 현실은, 북한의 계급교양자료에서 보던 옛이야기였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일제시기 지은 곡식을 지주에게 다 빼앗기고 쌀을 꾸어 먹다보니 그 빚에 이자까지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서 자식을 머슴으로 빼앗기는,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모습을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90년대에 다시 펼쳐졌습니다. 농장원은 농사를 짓지만 자기가 지은 곡식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국가는 생산된 알곡을 수매라는 명목으로 시장가의 15~20분의 1밖에 안 되는 국정가격으로 의무수매 받고 있습니다. 의무수매의 양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정을 보지 않고 수매 받는다고 해도 최소한 농민들이 1년 먹을 농량은 남겨놓아야 하겠지만 국가수매 량을 채우고 나면 6개월 지어 3개월분의 식량밖에 남지 않는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방법도 강제적입니다. 가을철만 놓치면 식량 공급 받을 길이 없는 군대는 농장까지 차를 몰고 와서 직접 쌀을 거두어 가고 있습니다. 내줄 식량이 없다고 하면 농장창고는 물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뒤지는 일도 드문 합니다. 결국 북한의 쌀 수매는 수매가 아닌 강제징수입니다.
군대는 곡식을 내놓지 않으면 농장간부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식량검열대는 당의 이름으로 전쟁예비물자용 곡식을 내놓지 않으면 간부들을 철직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질서가 문란해진 틈을 타서 간부들이 장사꾼과 결탁해서 가운데서 쌀을 빼돌리고, 힘없는 농민들은 쌀을 훔쳐서라도 농량을 마련하려다가 붙들려가고, 이러한 살풍경이 해마다 펼쳐지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은 식량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군인이나 철직이 두려워 그를 위에 보고하지 못하는 간부, 가운데서 비리로 식량을 빼돌리는 장사꾼과 간부들의 결탁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근본원인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이 만든 북한의 최고 지도부에 있습니다.
이러한 강제징수는 당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북한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책동이나 나쁜 기후조건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잠재적 적이 있고 나라를 지키려고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먹일 것도 보장 못하면서 무턱대고 군대수를 늘이는 나라도 없고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강제로 징수해서 군대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식량강제징수제도를 철폐하려면 쌀 생산량을 늘리고 모자라는 식량은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농업생산을 늘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외화를 벌수 있게 나라의 경제를 복구하고 가동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국가가 담당할 수 있을 규모로 군대의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나라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선군정치도, 폐쇄적인 경제제도도, 나아가 정치제도도 모두 바꾸어야 합니다.
특히 국가토지라는 명목으로 농민들이 죽든 살든 상관없이 강제로 식량을 회수하는 조치는 완전히 철폐되어야 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