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약한 자의 힘자랑

0:00 / 0:00

11월 23일 북한이 감행한 연평도에 대한 포격은 남한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평화적 주민지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집들이 날아가고 죄 없는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연평도는 전후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북한은 3월에 있은 남측군함에 대한 어뢰발사로 수십 명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이러한 도발을 감행함으로서 평화의 교란자, 국제깡패로서의 기질을 다시금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상투적수법대로 남한의 선제 공격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근 북한은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미국학자를 초청해서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여주고, 다음날 남한을 포격하고, 또 미사일발사 준비 소식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정치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작년 말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변변치 못하던 주민들의 살림이 더 어려워지면서 정권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어 3대 세습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북한은 작년에 주민들을 동원하여 100일전투, 150일전투도 해보고 화폐개혁도 하면서 자체의 힘으로 경제를 복구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복구해 놓은 공장도 원료, 연료, 자재가 부족해 다시 멈춰서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외부로부터의 자금투입이 없이는 경제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 원인을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찾고 미국과 협상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체제유지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미국은 진정성이 없는 북한과 마주 설 필요가 없다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미국을 흥정석상에 끌어들여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지원이나 투자도 힘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연평도를 포격한 다음날 금강산관광재개를 위한 협상을 요구해서 남한주민들로부터 미친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북한이 남한을 포격한 주요 이유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로 센 사람은 힘자랑하지 않는 법입니다. 결국 이번 포격은 북한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고 긴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이미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습니다. 2차례의 세계대전의 발원지였던 유럽이 연합을 형성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전면공격을 피하고 최소한 대응에 그친 것도 지난 6.25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전쟁을 어떻게 하나 막으려는 상대방의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인하고 어리석은 시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력도발은 북한의 대외적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북한의 경제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경제활동의 자유를 억제하는 북한체제가 교체되지 않는 한 투자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도발로 모든 대북지원이 중지되었습니다. 결국 체제유지 때문에 녹아나는 것은 백성뿐입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당국자들은 이번 도발과 그로부터 유래된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