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왜 김정은인가"라는 책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후지모토 겐지,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일하다가 스파이로 의심받는 등 위험을 느껴 일본으로 탈출한 사람입니다. 그는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그의 사생활의 일면을 공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 책은 그 책의 후속편인 셈입니다.
이번 책은 김정은에 대해 회고한 글이지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김정일과 그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 각 곳에 수십 개의 호화 초대소를 두고 옮겨 다니며 생활할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비싼 고급 차를 백여 대 넘게 가지고 있고, 프랑스에서 술통 하나에 한 병씩밖에 나오지 않는 가장 비싼 고급코냑을 한번에 100병씩 사들이고, 세계 각국의 이름난 요리를 현지에서 직접 주문해 비행기로 날라다 먹고, 매일과 같이 열리는 연회 때마다 5만 달러의 팁을 측근들에게 선사하는 등, 북한주민들이 상상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 김정일과 그의 가족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능력으로 인한 수입에서의 차이, 그에 따르는 생활수준에서의 차이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불평등한 나라라고 비난하여 마지않는 자본주의사회에서도 정치가들의 사치는 비난의 대상으로 됩니다. 또한 자기가 쓰는 돈의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남한만 보더라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자신의 재산을 일일이 공개하는 재산공개법이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을 전업으로 하는 경제인, 즉 자본가도 정직하게 돈을 벌고 정직하게 써야 하며 그에 대해 늘 세무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그를 피하기 위해 편법도 쓰고, 평민들에 비할 바 없이 호화스럽게 살지만 그래도 김정일과 그의 가족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언제인가 남한에 들어왔던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도 김정일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남한의 재벌들을 좀스럽게 보이게 한다고 책에 쓴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책을 쓴 덕분에 그는 암살당했습니다.
김정일이 탕진하는 돈의 원천은 주민들이 피와 땀으로 벌어 바친 충성의 외화벌이 자금입니다. 마약, 총, 위조화폐, 핵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벌어들인 돈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국제제재의 대상으로 되고 있고 북한의 이름은 땅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쓰는 돈의 출처나 사용내역을 공개한다는 것을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북한은 미국이나 유럽, 남한이나 일본처럼 잘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김정일이 통치하는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최하위고 주민들은 강냉이밥마저 배불리 먹을 수 없어 굶어 죽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무리로 죽어나던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장군님은 외국에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주문해서 비행기로 날라다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동신문은 "쪽잠과 줴기밥"이라는 일화를 주민에게 읽히고 실효모임을 가지게 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잘 아는 춘향전의 시구가 생각납니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눈물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성소리 높더라....
변 사또가 자기의 죄를 뉘우쳤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의 호화방탕한 생활의 실상을 알았다면 내 죄는 죄도 아니라고 항의할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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