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1조 달러와 6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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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상 처음으로 남한의 무역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북한의 작년도 무역액도 급증하여 무역총액이 6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작년 남한의 주된 수출 품목은 반도체, 선박, 자동차였고 북한의 주된 수출 품목은 광물, 비금속, 섬유가공품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통계숫자입니다. 1조 달러 대 60억 달러, 즉 북한의 무역액은 남한의 0.6%입니다. 남한의 무역품종은 현대적 기술을 자랑하는 공업품이지만 북한의 주되는 무역품종은 원료자원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선택한 이후 오늘까지도 이 노선을 변함없이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원료자원이 부족하고, 토지도 작고, 인구는 많은 상황에서 자립경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출주도형 경제를 선택했습니다. 지금도 수출로 먹고 산다고 말할 만큼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자립경제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는 북한경제의 무역의존도는 남한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지금 북한의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입니다. 최근 쌀값 변동이 보여주는 것처럼 중국 돈이나 미국 달러 값이 상승하면 그 즉시 쌀값이 상승하고, 외화 값이 하락하면 곧 모든 상품의 가격이 하락합니다. 외화가 없으면 당장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건설도 공장가동도 중지됩니다. 이것이 북한 자립경제의 진면모입니다.

현재 북한은 외화가 매우 절박합니다.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인데다 금년 4.15행사를 크게 치르려면 외화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북한은 올해 초부터 북·중 무역을 확대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무역의 전망은 매우 희박합니다. 북한은 중국에 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산에서 나는 목재, 약초, 버섯, 바다에서 나는 해삼, 성게, 각종 물고기, 파철과 동 귀금속이 주요 수출품목인데 하도 뜯어 팔다보니 이제는 거의 말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도 제값을 못 받고 파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 남한과 거래가 막히다 보니 똑같은 상품을 훨씬 싼 값으로 중국에 넘겨야 하고 중국 상품은 반대로 비싼 값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중국에 드나들 수가 없어 중국대방이 부르는 대로 가격을 매겨야 하는 답답한 상황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한은 무역 1조 달러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어도 계속 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방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잘했다, 잘산다는 목소리보다 못했다, 못산다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이러한 자세가 남한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동력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대로 북한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올해 <강성국가 건설의 휘황한 전망>에 대해 운운하고 있습니다. 평양에 아파트 몇 채 지어놓고 멈췄던 공장 몇 개를 억지로 돌린다고 해서 나라의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경제가 오늘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 빠진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건설노선, 자립경제정책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살자면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북한당국이 진실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걱정한다면 지난 50여 년의 경제건설과정에서 경험과 교훈을 찾고 대담하게 새로운 노선을 채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