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자강력 제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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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해 신년사에 자강력 제일주의란 단어가 출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자기의 것에 대한 믿음과 애착, 자기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강성국가건설대업과 인민의 아름다운 꿈과 이상을 반드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이룩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신년사에서는 자강력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다만 사대와 외세의존을 배격하는 것이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것임을 밝혔습니다. 추리하면 자강력이란 김일성시기부터 써오던 자력갱생이란 단어를 바꾼 것입니다.

자기의 힘을 믿고 자체의 힘으로 국가를 건설해간다는 것을 언어 그대로 해석하면 나쁜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자력갱생을 구현하는 과정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자력갱생은 주민동원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들고 나온 것은 1960년대 초였습니다. 전후에 사회주의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승세를 타던 북한경제는 외부지원이 끊기고 국방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을 동원해서 난국을 타개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구호가 자력갱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력갱생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부들은 책임을 아래에 밀때마다 자력갱생을 도용했습니다. 위에서 대주면 좋지만 대주지 않아도 좋다. 모자라는 것은 찾고 없는 것은 만들어서 우리의 힘으로 해내는 것이 자력갱생이라고 하면서 주민들의 노력과 재산을 강제로 동원했습니다.

자력갱생은 북한의 폐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북한은 과학과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입니다. 뒤떨어진 나라가 발전하려면 발전된 나라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된 나라에서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력갱생은 자기인민의 힘과 자기 나라의 자원을 동원하고 자체의 자금과 기술에 의거해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지도부는 외부정보가 유입되면 체제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다른 나라의 원서를 보거나 외국과학자와 교류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합니다. 북한의 과학자들은 과학연구조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러한 조건을 무시하고 과학자들에게 스스로 기술을 발전시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은 외세의존 사대주의로 배격했습니다.

결국 자력경생은 나라의 발전과 주민생활에의 어려움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넘기고 폐쇄체제를 정당화하는 사상적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북한은 전후 60년대부터 50여 년 간 자력갱생의 노선을 고수해왔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경제는 파괴되었고 과학기술은 까마득히 뒤떨어졌습니다. 반대로 북한에서 미국의 신식민지이며 사대주의 외세의존 정책을 실시한다고 비난한 남한은 북한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뒤떨어진 나라의 발전은 남의 것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외국의 투자유치로부터 경제발전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노력과 자금이 비할 바 없이 적게 듭니다. 남한도 처음 산업개발을 추진할 때 북한처럼 자력갱생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금해보다가 이 길이 아님을 알고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외자를 도입했고 수출주도형 경제를 건설했습니다. 그래서 10여년 만에 보릿고개를 넘었고 오늘은 세게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낡은 노래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새해에 핵실험으로 북한의 고립을 더욱 자초했습니다. 신년사의 자강력 제일주의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고난을 감내하라는 북한지도부의 새해주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