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자원의 저주, 자원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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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노르웨이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정부연기금(GPFG)의 보유 자산 규모는 총 5조 1,100억 크로네에 이릅니다. 이는 약 509만 명에 달하는 노르웨이 주민당 100만 크로네 즉 16만1,700달러씩 차례지고도 남는 규모입니다.

노르웨이는 세계 7위의 원유수출국입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석유기업들로부터 받은 세금으로 국가기금을 조성하고 그 기금을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방법으로 기금을 늘였습니다. 국가기금 수익은 비상시에 대비해 비축해둔 자금으로 국민에게 당장 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재산입니다. 사람들은 노르웨이가 자원의 축복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내 화폐의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여 작년 한 해 동안 물가가 50% 이상 올랐습니다. 또한 치안이 불안정하여 미인대회 출신의 여배우가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얼마 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기업들에 소비자물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국가의 압력으로 지금까지 고가의 가전제품부터 1,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강제로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3위의 원유수출국입니다. 많은 석유가 생산되지만 주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원유를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합니다.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으로 자원의 이익이 국가에 돌아가지 못하고 특정집단에만 돌아감으로써 국가는 빈곤을 면치 못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중동의 석유수출국들 금강석을 비롯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도 그 부가 특권층에게만 차례지고 경제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은 장성택 숙청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지도부는 그 사건에 대해 발표하면서 장성택이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었고 수많은 외화를 탕진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죄는 북한의 최고위층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있습니다. 북한에서 힘 있는 기관 간부들이 수령의 방침을 빗대고 나라의 재원을 팔아 번 외화를 사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입니다. 외부에서는 이번 숙청사건도 당의 방침을 관철한다는 미명하에 벌어진 권력집단간의 이권다툼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총정치국 54부는 선군이라는 미명하에 석탄 광물 판매를 독점했고 장성택은 경제를 내각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그를 자기 산하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 이득배분을 둘러싸고 김정은, 장성택, 중앙당조직지도부, 총정치국 간에 권력 다툼이 벌어졌으며 장성택이 패배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렵게 번 돈을 투자하는 것도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북한의 석탄과 광물 수출이 급속히 늘어 2013년 상반기만 해도 8억 7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었습니다. 이 돈으로 밀을 사면 400만 톤 이상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돈으로 주민생활을 위한 식량을 산 것이 아닙니다. 또 경제발전을 위한 공장을 지은 것도 아닙니다. 북한은 이 돈을 무기를 개발하고 늘이는데 투자했습니다. 또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은하과학자거리,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미림승마장을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간부들을 위한 사치품을 사들였습니다.

북한은 자원이 많은 나라라고 자랑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자원매장량이 수천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자원의 주인은 인민이 아닌 소수 특권계층입니다. 현재와 같은 체제하에서 자원개발은 북한에 있어서 자원의 축복이 아닌 자원의 저주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