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세습되는 수령과 선거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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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에서 대통령이 바뀌는 해라고 할 만큼 세계 각 나라에서 지도부교체가 많다고 합니다. 우선 미국에서 올해 대통령선거가 진행됩니다. 국제사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3월에 대통령이 선거됩니다. 푸틴은 3선 연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총리직을 맡아 하다가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하려 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지지율이 높아 푸틴이 선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공산당 총서기직을 물려받는 등 지도부의 교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올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게 되어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선거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요란합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모든 주를 순회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진행합니다. 많은 주에서 지지를 받은 사람이 결국 대통령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1년이 걸립니다. 남한도 역시 복잡합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출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 정치인도 아닌 과학자 출신의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박근혜의 지지율을 넘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북한에서도 격동의 2012년에 지도부가 교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지도부의 교체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세습의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광명절로 명명하고 동상을 건립하는 등 영원한 수령으로 모시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30살도 안 된 김정은을 '높이 받들고 모시기' 위한 선전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은 1998년에 발표한 김정일의 노작을 게재했습니다. '권력이나 관직을 탐내는 마음이란 털끝만치도 없고 세습이 아니라 나의 힘, 나의 능력으로 혁명과 건설을 령도하고 있는' 지도자가 자기의 동상을 세우는 것조차 사양한 겸허한 풍모에 인민들이 감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나라가 제대로 되자면 수령을 높이 받들어야 하고 수령의 두리에 굳게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거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투는 나라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방 나라에는 대를 이어 모시고 받드는 '위대한 수령'이 없습니다. 1인의 장기집권은 물론, 대통령 3선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어떤 대통령이 주민들에게 자기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대통령을 충성으로 높이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면 아마 정권이 뒤집어 질 것입니다. 현직대통령이 자신의 동상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나라 주민들은 북한주민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삽니다. 북한은 서방나라의 실업률이 높고 물가가 올라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하지만 서방세계는 실업자들도 굶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쩍하면 시위도 일어나지만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국경을 봉쇄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수령 한 명을 내세우고 대대손손 충성으로 받드는 북한주민은 수십 년 간 배고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말할 권리, 들을 권리조차 없이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령을 모시고 사는 나라와 주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나라의 커다란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