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가 촛불집회 관련 대담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와 인근 고층건물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사용한 것이 뉴스로 떴습니다. 작년 12월에도 노동신문과 중앙TV는 촛불집회 소식을 보도하면서 주변 건물들이 잘 보이지 않게 집회 군중을 클로즈업한 사진이나 정부청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왕, 이순신 동상 등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주민들에 남한주민들의 반정부시위는 알려주고 싶지만 남한의 발전상은 숨기고 싶은 북한지도부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냉전체제 하에서 분단된 남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장으로 되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각기 자기 주도하의 통일을 생각했고 그를 위해 국가발전에 모든 힘을 동원했습니다. 초기에는 사회주의경제를 택한 북한이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전후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의 지원과 천리마운동과 같은 주민동원에 힘입어 북한경제는 남한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남한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수출주도형경제발전 전략을 선택하고 경제발전을 추진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남한은 북한을 따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북한경제는 계속 하락했지만 남한경제는 상승일로를 걸었습니다. 1990년대 동유럽사회주의붕괴로 북한경제는 파산했고 이후 2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북한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경쟁은 끝이 났습니다.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도 중국과 베트남도, 쿠바도 사회주의경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선택했습니다. 북한지도부도 남한의 경제력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자본주의경제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주요한 이유는 남한 때문입니다. 그동안 북한지도부는 남한은 미제의 식민지로 정치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매우 뒤떨어진, 빚더미위에 올라앉은 국가라고 선전해왔습니다. 그런데 남한의 현실은 선전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남한주민들의 생활수준은 북한과 대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서 놀라 마지않는 북한주민들에게 중국 사람들은 남한은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발전상황을 알게 되면 가뜩이나 높아지고 있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왜 남쪽은 그렇게 잘사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가? 북한의 수령론에 의하면 혁명과 건설에서 수령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지난시기 북한이 승리만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수령의 현명한 영도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론대로 해석하면 오늘 북한이 남한과 대비조차 할 수 없이 가난하게 사는 것도 수령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수령을 중심으로 구축된 북한체제는 정당성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지도부는 남한의 실제모습이 북한에 전달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북한주민들이 중국드라마나 지어 미국드라마를 보아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됩니다. 그러나 남한 것을 보면 죄가 배가됩니다. 북한주민들이 중국에 나가서 제일 주의해야 할 대상은 미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 아닌 남한사람입니다. 북한주민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친척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있는 친척에게서 돈을 받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 가장 적대감을 가지고 대하는 대상이 미국이나 일본 아닌 남한이라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1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으며 ‘전 민족적인 통일 대회합’을 성사시키자고 호소했습니다. 남한의 반정부시위소식을 전하면서도 주위 건물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북한지도부가 전민적적 통일대회합을 어떻게 추진시키겠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