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3.7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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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제는 땅을 빌려서 농사짓는 소작인들이 수확물을 땅주인 3, 소작인 7의 비율로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북한주민들은 혁명역사 공부를 통해서 1930년대 간도지방에서 일어났던 추수폭동, 춘황폭동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구호가 3.7제를 실시였습니다. 해방 된 해에도 농민들은 지주들에게 3.7제를 요구했습니다.

일제시기에는 80% 이상의 농민들이 땅이 없어서 일본인이나 지주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인이었습니다. 그때 농촌에서 소작제는 보통 5.5제였다고 합니다. 5.5제를 실시했지만 땅세를 비롯한 여러 지 세금을 소작인들에게 부과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6.4제 지어는 7.3제가 되는 예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봄이 오면 식량이 떨어지는 가구가 80%에 이르렀습니다.

해방 후 북한에서는 땅을 농민들에게 주었다가 전후에 다시 국가소유로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농민들은 국가소유의 땅을 경작하기 때문에 농산물을 국가에 바치고 일부만 분배를 받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이전에는 지은 곡식의 몇 퍼센트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국정가격밖에 없어서 국가가 제정한 알곡 값이 배급으로 지불하는 값에 비해서 비싼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한편 국가에서 무상치료, 무료교육, 무료주택공급을 해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번 것과 받는 것의 비중을 계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국가의 무상혜택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생겨나서 알곡의 실제가격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농사 지은 것을 얼마를 국가에 바치고 얼마를 자신이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협동농장에서는 한해 농사를 지은 다음 군량미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할당된 군량미를 바치려면 생산물의 50%는 바쳐야 합니다. 농사가 잘 되지 않았을 때는 그보다 더 많이 바쳐야 합니다.

그 외에도 주민용 식량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생산물을 바쳐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매기는 알곡 값은 너무 싸기 때문에 농민들은 현금분배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다만 식량분배에만 관심을 갖는데 대다수의 농장에서 보통 6개월~8개월분의 식량밖에 분배하지 못합니다. 모두 합쳐보면 현재 농민들은 한해 지은 농산물 가운데서 70% 이상을 국가에 바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봄철이 되면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어야 합니다. 국가가 가져 간 대신 주민들에게 추가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상치료제나 무료교육제는 이름뿐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에게 식량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그 나라가 과연 인민을 위한 나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노인들은 일제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농촌의 현실을 보면 그것이 결코 우연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날 지주나 오늘의 국가나 농민들이 한해 지은 농작물을 모두 빼앗아 간다는 데서 조금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일제통치하의 지주가 국가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농장일을 열심히 할 필요를 조금도 느끼지 않고 있고 따라서 북한의 농업생산은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그를 타개하기 위해서 최근 북한에서는 가족도급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도급제에서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을 국가에 70%를 바치고 농민들은 30%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가족도급제를 실시하지 않았을 때 국가가 가져가는 몫이 70%이상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은 그렇게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한 비율의 가족도급제로서는 농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농민들이 국가에 바치는 알곡은 그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낼 수 있는 양으로 되어야 합니다.

일제시기에는 3.7제를 요구하는 소작쟁의가 전국각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는 그러한 투쟁이 불가능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