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 정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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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김정은의 성형수술 의혹설을 보도한 중국과 남한의 언론들에 대해 강경한 언사로 대응해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중국의 선전위성TV는 2년 전 처음 제기됐던 김정은 성형설에서 한발 더 나가 중국의 외교관들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표정 하나하나 모두 김일성을 따라 해서 확실한 후계자의 이미지를 심으려 했다는 나름의 해석도 곁들였습니다. 성형수술설은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로 확산되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을 의식하는 듯 이례적인 반박 기사까지 냈습니다.

관영매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수술의혹제기는 특대형 모략소동,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번 북한이 주장한 것처럼 성형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방송사는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왜 그러한 오보가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오늘 세계에서는 비밀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사생활침해권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인의 사생활은 문제가 다릅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공직자들의 사생활은 언론에 뜨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로 나서자면 일신상의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 재산 등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지도자에 대한 취재나 뒷조사도 허용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공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자기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생활 공개가 싫다면, 지도자로 나서는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자기들의 지도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이 한나라의 지도자로 나서기 직전까지 북한주민들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식지도자로 등귀한 지 1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강연회나 학습을 통해 전달되는 위대성 자료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숨기면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봉쇄되어 있는 나라 북한은 미지의 행성처럼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으로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롭게 갑자기 출현한 지도자인 김정은의 일거일동은 세상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정보는 너무도 적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취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 정확성에 대해 거론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언론 가운데 가장 자유가 없고, 가장 공정하지 않고, 가장 정확하지 않은 북한이 자기보다는 훨씬 나은 다른 나라의 언론에 대해 비난하는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북한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되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날조 자료를 유포시키는 자들은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의 눈과 입과 손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북한의 반박소식이 다시 보도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공정한 보도가 나가게 하는 방법은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공개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추측성 보도로 인한 피해보다는 주민들에게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체제유지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을 공개할 수 없을 때 가장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