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산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에 물가가 68% 상승하자 금융당국은 통상적인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외신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1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물가가 시시각각으로 오르기 때문에 상품공급자들은 상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쌀 때 사놓으려고 사재기를 하고 있어 상품이 동이 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휘발유는 오히려 값이 더 떨어져 1달러로 무려 50리터를 살수 있다고 합니다. 치안이 마비되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화폐개혁 직후 북한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 산유국입니다. 이 나라의 석유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데 세계 석유매장량의 1/4~1/2정도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그는 2006년 북한을 방문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자원부국이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서 주민들이 매우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기간 석유국유화를 실시했고 석유를 판돈으로 어렵게 살던 빈민층들에게 무상교육, 무료의료, 저가주택 등을 지원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3년 차베스가 암으로 사망한 후 니콜라스 마두로가 그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국가재정의 90%가 석유판매 대금일 정도로 석유의존도가 높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은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부터 석유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고 그 결과 얼마 전 선거에서 여당이 패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얼마전 텔레비전 방송원이 뉴스 끝에 자기가 물러난다고 공개적으로 사직을 선언해서 국제사회의 화제로 되었습니다. 그가 밝힌 사직의 이유는 월급이 너무 적어 더 이상 뉴스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밝힌데 의하면 방송원의 소득은 월 1만1,200 볼리바르로 환산하면 14달러입니다. 그 방송원의 발언 내용은 그대로 TV와 인터넷을 통해 국제사회로 퍼져나갔습니다.
북한도 1990년대 경제가 파산했고 지금도 경제가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북한 방송원의 노임은 높게 잡아 4~5천 원 정도로 시장가로 환산하면 0.5~0.6달러입니다. 방송원뿐 아니라 북한주민들의 평균 월급은 보통 2~3천 원 정도로 0.3달러 밖에 안 됩니다. 북한주민은 지금 경제파산으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 주민들의 월급의 1/20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방송원은 월급 14달러를 받고는 일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했습니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베네수엘라 주민은 월급이 낮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직장을 그만둘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방송원이 월급이 낮아서 일할 수 없다고 방송에서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주민들은 무료로 일을 하면서도 월급이 낮다고 말할 수 없고 직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월급을 주든 말든, 배급을 주든 말든 오늘 북한주민은 누구나 다 일터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보안서에서 붙들어가도 누구도 항의해야 한다고,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 다 같이 월급은 낮고 물가는 높지만 그래도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보다 행복합니다. 그들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