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령의 탄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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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은 음력설입니다. 음력설은 남한에서 가장 크게 쇠는 명절로 명절 전날 명절 다음날 해서 모두 3일이 공식 휴일입니다. 올해는 18일 수요일부터 20일 금요일까지 음력설 공휴일인데 토요일과 일요일이 연이어 있다 보니 닷새나 놀게 되었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이렇게 명절에 이어 공휴일까지 놀게 되는 긴 명절을 황금연휴라고 합니다. 북한주민들도 이번에 남한 못지않은 긴 명절을 쇠게 되었습니다. 2월 16일과 2월 17일이 공식명절인데 2월 19일이 음력설이니 예년처럼 3일을 논다면 한 주일에 닷새를 놀게 된 것입니다.

체제가 다르고 오랫동안 분단되어 살다보니 남북의 풍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민속명절인 음력설과 추석은 남북이 같이 쇠지만 국가적 명절은 8.15 광복절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제헌절을 국가명절로 기념하는데 7월 17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헌법절은 12월 27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당창건기념일이나 공화국창건기념일 인민군창건기념일이 국가명절인데 남한은 3.1절, 한글날인 10월 9일을 국가명절로 정했습니다.

남한에서 특이한 것은 종교명절을 휴일로 정한 것입니다. 남한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등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불교에는 초파일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초파일은 석가탄신일로 음력 4월 8일인데 양력으로 5월 초입니다. 이 날은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와서 중생들에게 광명을 준 날이라고 합니다. 초파일은 불교의 가장 큰 명절로서, 기념법회, 연등놀이, 관등놀이 등 각종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인도 등지에서도 연등놀이가 열립니다.

남한에서는 크리스마스도 공휴일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태어난 날로, 부활절과 함께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제입니다. 현재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를 초월하여 문화적인 행사로 발전했습니다. 기독교를 믿던 믿지 않던 상관없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날을 기념합니다. 거리와 건물, 가정에 크리스마스 나무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축하엽서를 보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 자정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맞이합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석가탄신일도, 성탄절도 기념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북한은 수령의 생일을 기념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정하고 이날에 각종 행사를 조직합니다. 올해에도 2월 16일을 맞으며 기념보고회, 강연회, 충성의 노래모임, 체육대회 김정일화 전시회 등 각종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북한에도 종교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종교는 김일성교라고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석가모니와 예수의 탄생일 대신 수령의 탄생일을 기념합니다. 그리고 불교교리나 예수교교리 대신 수령의 말씀을 공부하고 그대로 생활해야 합니다. 충실성의 4대 원칙은 종교에서 하느님을 받드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당의 유일적령도체계의 10대원칙에는 수령을 신격화하고 권위를 절대화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놓고 있습니다. 신격화란 다시 말하면 수령을 신처럼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석가모니나 예수교의 하느님은 사후의 행복을 신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수령은 지상에서의 행복을 약속했습니다. 사후의 행복은 죽어야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확인할 수 없지만 지상의 낙원은 실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교에 대한 주민들의 신앙은 종교인들처럼 굳건하지 못합니다. 김일성교를 수십년 숭배해 왔지만 지상낙원은 까마득하게 멀어만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