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탈북자북송문제가 남한과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탈북자 34명이 붙들려 있고 그들이 곧 북한에 넘겨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운동이 남한은 물론 세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유선진당의 박선영국회의원은 중국대사관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고 민주통합당은 탈북자북송반대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대표는 중국에 탈북자북송 저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정견을 떠나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남한정부는 중국정부에 공식적으로 그들을 넘기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엠네스티, 국제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들을 탈북자북송저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국제사회는 국제 난민보호협약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박해의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의 의지에 반하여 그를 강제로 송환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중국이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단순 불법 월경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탈북자의 난민여부가 탈북자 북송문제에서 핵심쟁점으로 되고 있습니다.
난민의 일반적 의미는 생활이 곤궁한 국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곤궁에 빠진 이재민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주로 인종적, 사상적 원인과 관련된 정치적 이유에 의한 집단적 망명자를 난민이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석하면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은 난민입니다. 하루 최소 3끼를 때울 식량이 부족하고 몸의 온기를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난방도 보장할 수 없고, 거기다 조금만 잘못 걸리면 붙들어가고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북한 주민은 난민중의 난민입니다.
지난세기 러시아혁명 기간에 약 150만의 난민이 러시아를 떠났고, 1934년 독일에 나치정권이 수립되자 반체제 인사들과 유대인을 비롯한 나치의 피해자 약 250만의 난민이 독일을 등지고 각지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북한에 잘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그 때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은 탈출할 수조차 없는 난민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수십만명의 주민이 굶어죽었지만 중국으로 마음대로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에도 북한당국은 중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을 사정없이 잡아들여 감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탈북자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오고 남한으로 가려고 시도한 탈북자는 생명을 기약할 수 없는 정치범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자기들이 살려면 북한을 떠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시각도 목숨을 건 북한주민의 탈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필독도서로 되어 있는 김일성 회고록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도 이 나라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만주와 씨비리의 황야를 찾아 무리로 떠나갔다. 생존권을 잃은 백성들은 참형을 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이 땅을 탈출하였다."
"나라가 망한후에는 수천수만의 농민들이 농토를 빼앗기고 산설고 물설은 만주황야로 가랑잎처럼 굴러들어갔다. 대대로 살아온 조상의 땅에는 일확천금에 환장한 일본의 부자들과 장사아치들이 홍수처럼 쓸어들고 그 땅을 살찌워온 주인들은 쫓기는 몸이 되여 남의 나라 지경을 넘어 헤매야 했으니 국권을 잃은 백성의 신세를 어찌 가랑잎이나 길가의 조약돌에 비기지 않을수 있겠는가."
북한당국이 자랑하여 마지않는 김일성조국, 김정일조선에서 수천수만의 주민이 북한을 탈출하는 오늘의 현실을 재해석 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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