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오인 받는 해외파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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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속에 북한의 해외노동자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또 어떤 특정한 나라의 일도 아닙니다. 주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나라로 돈 벌러 가고 있습니다. 부자나라는 가난한 나라에 비해 노동력의 값 즉 월급이 높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남한도 인력을 해외에 파견했습니다. 남한이 산업화를 하자고 보니 자금이 필요했는데 돈을 꿔주겠다는 나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서독을 방문하고 분단이라는 공통된 처지를 상기시키며 간곡하게 차관을 부탁했고 서독수상은 노동자파견을 담보로 돈을 꿔 주었습니다. 그 당시 남한사람들은 너도나도 서독으로 가겠다고 나서서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때 독일에 가서 일하면 남한에서보다 6~8배 더 많은 월급을 받았습니다. 남한노동자들은 서독회사에서 직접 월급을 받았고 월급의 대부분을 집에 송금했습니다. 그들이 송금한 외화는 집 살림에 보탬이 된 것은 물론이고 국가의 주요한 외화수입원천으로도 되었습니다.

남한 노동자들은 서독에서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그때 한국 사람들은 서독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종인 광부와 간호사로 일한다는 것 외에는 차별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루 8시간 노동, 휴가와 같은 서독의 노동법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래서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서독에 눌러 앉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해외에 파견되는 북한노동자를 문제로 삼는 것은 그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시간 외 노동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차례지는 월급은 대단히 적습니다. 북한노동자들을 받겠다는 나라가 별로 없어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으로 협상하는데다가 노동자들이 직접 월급을 받지 못합니다. 노동력을 파견한 회사가 월급을 받아서 1/3은 국가에 상납하고 1/3은 회사가 가지고 1/3만 본인에게 줍니다. 노동자들은 보잘 것 없는 월급에서 충성의 자금 명목으로 또 바쳐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 나가 몇 년씩 고생을 해도 본인에게 차려진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들에게는 생활에서 자유가 없습니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반드시 공동숙소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리고 숙소는 그 나라수준에 준해 보면 매우 열악합니다. 노동자들은 숙소와 일터를 벗어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숙소를 벗어나 시내로 나가려면 보위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뇌물을 고이고 겨우 승인을 받아 시내에 나가는 경우에도 두세 명씩 조를 지어 행동해야 하고 돌아와서 일거일동에 대해 보고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지주민들은 북한노동자들을 해외에서 징역을 사는 죄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특별한 국가강제시설에 가두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육체노동을 시키는 것은 징역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노동자들이 힘들게 번 돈은 거의 다 당 자금으로 들어갑니다. 당자금은 국가경제발전보다는 지도부를 위한 사치품수입, 핵·미사일 개발, 100만이 넘는 군대유지 등에 쓰입니다. 특히 사치품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김정일 시기에 비해 50%이상 증대되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은 양탄자 카펫 3100만 달러, 수상비행기 보트 1400만 달러, 화장품 향수 1140만 달러, 핸드백 가죽제품 1060만 달러 등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외노동자들의 처지가 이처럼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은 뇌물을 고이면서까지 해외로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현지주민들의 눈에 죄수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해외노동자가 되겠다고 너도나도 자청해 나서는 북한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