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인민>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간부들이 군중 속에 들어가 군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많이 하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이 인민을 위해 일하자는 것은 응당한 요구입니다. 특히 이는 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매우 약화된 상황에서, 북한체제의 존망과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주민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닙니다. 지금 남한과 미국은 선거철입니다. 선거철을 맞으며 정치인들은 어떤 약속을 해야 민심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가 찾아가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없어도 정치인들은 발이 닳도록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군중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으로 비추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당선된 서울시장은 아들이 병력서를 위조해 군대를 기피했다는 여론이 돌아 공식적으로 다시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검열결과를 발표하여 여론을 잠재웠습니다.
물론 민주사회에서도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게다가 통신기기도 발전하고 있어 주민들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디서 한번 주민들에게 잘못하면 그 사실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이나 손전화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그에 대해 질타하는 글이 수천수만 개가 달려 정치적 생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 오늘 민주사회의 현실입니다. 금년 초 경기도 지사는 구조대에 명령조로 전화 했다는 녹음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와 여론이 확산되는 바람에 사실을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은 아무런 권리도 없습니다. 간부들이 정말 인민을 위해 일하는지 아니면 자기만 먹고살기 위해 부정부패만 일삼는지 감시할 수가 없고, 설사 안다고 해도 그를 제지할 힘도 없습니다. 기껏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신소인데 오히려 신소 한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아는 주민들은 신소조차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경제는 시장경제여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질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일을 잘못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회주의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지만 주민들은 정권을 갈아치울 힘이 없습니다. 주민들은 절대다수가 중국과 같이 개혁개방을 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처벌이 두려워 마음대로 말조차 하지 못합니다.
물론 대중감시, 대중평가체계가 수립되어 있는 민주사회에서도 부정부패가 있고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도 나옵니다. 그러나 대중감시가 있기 때문에 어느 때엔가는 드러나고 느리게나마 반인민적인 정치가 시정됩니다. 때문에 북한도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나라로 되려면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간부가 될 수 없도록, 정권이 존재할 수 없도록 정치체제를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북한에 남한과 같은 정치체제가 수립되면 현 지도부도, 간부들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인민이란 단어를 남발하면서 주민들을 현혹하고 몇몇 간부를 제물로 희생시키면서 마치 인민을 위하는 듯 하는 효과 없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민을 위한 정치는 위에서 선사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민 스스로가 찾는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