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정보의 홍수와 정보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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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사람이 다가오며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신문 구독 해보시지 않겠어요? 1년 무료구독 혜택이 있습니다.” 저는 “아니요.” 라고 대답하며 그냥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지하철로 가는 100미터 남짓한 길에서 이런 요청을 두 번 더 받았습니다. ‘신문사들이 정말 어려운 모양이구나’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남한에는 50여개의 신문사가 있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신문사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무료로 배포하는 신문도 많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 앞에 가면 거의 5-6종의 무료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종이가 없이 순 인터넷으로만 신문을 발간하는 인터넷 신문사도 많습니다. 신문사는 규모도 대단히 큽니다. 남한의 신문 중 가장 큰 신문사로 꼽히는 조선일보 는 하루 발생부수가 150만부 넘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종이신문구독자가 급속히 줄고 있어 신문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남한뿐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종이신문이 잘 팔리지 않아 큰 신문사들이 파산하고 있고 작년에는 유명신문인 워싱턴포스트지가 매각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신문사들은 생존하기 위해 인터넷 신문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물론 신문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광고, 판매전략 개선 등 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문보다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영상까지 볼 수 있는 인터넷이나 TV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TV회사들도 편히 경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한에는 북한과 같은 공중파 채널 뿐 아니라 케이블 TV, 위성 TV, 인터넷TV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텔레비전 채널이 몇백 개나 됩니다. 시청자들은 TV나 인터넷을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화면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한번만 누르면 순간에 TV나 인터넷 화면이 바뀝니다.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든 인터넷을 보게 하려고 모든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회사는 시청률에 인터넷은 방문자수에 목숨을 건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소식을 먼저 전하려고 남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있는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의 신문사와 방송사는 이러한 경쟁과 무관하게 생존하는 유일한 곳입니다. 북한의 신문이나 텔레비전은 경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처럼 주민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당에서 만들라는 대로 만들면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신문이나 TV를 뽑는다면 단연 북한이 당선될 것입니다.

신문 방송이 많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정보의 홍수가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정보전달 수단이 많다보니 사람 간의 실제적인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아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또 정제되지 않은 각종 정보로 인해 아직 판단능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을 나쁜 길로 빠지는 것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다보니 질이 낮은 뉴스나 기사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TV나 신문을 마음대로 접할 수 없는 북한의 문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정부의 말도 안 되는 거짓 선전을 사실로 믿고 삽니다. 북한주민은 자기들이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못사는지, 얼마나 자유를 억압당하고 사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세상소식을 보고 듣고 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릅니다. 세상과 고립되다 보니 사람들의 시야는 좁아지고 능력이 저하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계속 아래로 추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