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견장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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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북한군대의 간부사업이 국제사회의 화제로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홍콩의 신문 봉황망은 장령들의 별을 걸핏하면 떼고 붙이는 북한의 간부사업을 견장정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신문은 "간부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강등을 당하게 된다"면서 "김정일 시대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훨씬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봉황망은 김정은식 견장정치의 예로 박정천, 최부일, 최룡해, 현영철, 김영철 등 5명의 간부를 거론했습니다. 박정천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은 2013년 초 중장 계급장을 단 뒤 2년여 동안 중장과 상장을 오르내리다 올해 2월에 소장으로 강등됐습니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2010년부터 대장과 상장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12월 상장에서 소장으로 2계급 강등됐습니다. 북한에서는 간부의 기본 표징이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다 보니 수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떼고 붙이는데 대해 누구도 의견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상국가에서는 인사등용과 해임에 관한 국가법이 있고 그에 근거하여 간부사업을 합니다. 남한의 경우에는 좌급 장교부터는 진급심사위원회가 조직되어 심의를 하고 등용을 합니다. 장령은 국회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중요한 군 간부는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고 임명하지만 사전에 국회의 심의 절차를 다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진급은 모든 단계를 차례로 거치기 때문에 장령(장군)이 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20년 이상 군복무를 해야 하며 능력이 특출하게 뛰어나야 합니다.

북한에도 간부임면체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간부임면체계는 당이 독점하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이지만 당위원회에서 집체적으로 토의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기 간부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성분이었습니다. 항일투사가족이나 전사자가족이면 능력이 부족해도 당 간부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날 지주 자본가 출신이나 월남자 출신, 해외교포 출신이면 아무리 국가에 충성하고 능력이 있어도 성분이 나빠서 등용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기와 같이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주위환경이 나빠 간부로 등용되지 못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때에는 나름대로 질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그 불합리한 질서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복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왕별을 달고 나타나는가 하면 왕별도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홍콩 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군 간부들에게 견장을 달아주거나 떼는 방식으로 간부들을 길들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래도 마찬가집니다. 아래에서는 돈만 있으면 간부로 됩니다. 돈을 주고 성분도 고치고 당원이 되며 간부자리도 삽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조시기(조선조) 말이 지금과 유사했습니다. 그 때 나름대로 엄격하던 관직임명절차가 흐지부지되고 매관매직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관직을 반복해 팔다보니 고을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또 새 원이 임명되어 오는 사건까지 생겼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인재를 어떻게 등용하는가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좌우됩니다. 지도자의 기분에 따라 군 간부의 별이 늘었다 줄었다하고 돈으로 간부직을 사고파는 간부등용체계는 북한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