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가혹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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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유명한 학자였던 공자 이야기입니다. 북한에서는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을 반동사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공자의 정치철학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공자의 고국인 노나라에서는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어느 한 산기슭을 지나가는데 부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풀숲에 무덤 세 개가 보였고 부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자비심이 많은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부인, 왜 그렇게 슬피 우십니까?" 부인이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잡아먹혔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지요." 자로에게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들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얼마 전 한 탈북자가 북한에 전화를 연결해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힘들다는 하소연 끝에 “새 지도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합친 것보다 더 독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전해 들으니 공자가 한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다시금 이야기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사실 북한주민은 물론 남한주민들도 새 정권이 등장할 때 3대 세습을 비난하면서도 외국에서 공부도 했고 또 젊었으니 개혁정책을 펴서 주민생활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실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생활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돈은 벌기 힘들고, 반면에 쌀값은 천정이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처럼 개혁개방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좀 먹고 살도록 놔두어야겠는데 정말 못살게 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화폐개혁으로부터 시작하여 국경통제, 장사통제, 직장통제 등 각종 통제수위를 2중, 3중으로 강화했습니다. 국경통제가 강화되면 중국과의 거래가 줄어들고 그러면 시장이 위축됩니다. 시장이 위축되면 시장을 통해 먹고사는 북한의 대부분 주민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집니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국가의 공급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벌어서 먹고 삽니다. 그런데 이것을 사회주의 법으로 통제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장사도, 밀수도, 소토지 농사도 모든 것이 사회주의 법으로 재면 불법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불법이라고 단속하는 것은 결국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같습니다.

게다가 요즈음 전쟁소동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매일 대피훈련, 비상소집, 인원점검, 거기다 전시비상용품 준비 검열 등에 시달리다 보면 하루 벌이조차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소동을 적지 않게 겪었지만, 지금처럼 못살게 군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날이 더 높아지는 북한의 전쟁소동 때문에 남한과 미국은 물론 우방인 중국도 머리가 아픕니다.

김일성의 회고록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도 이 나라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만주와 씨비리의 황야를 찾아 무리로 떠나갔다. 생존권을 잃은 백성들은 참형을 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이 땅을 탈출하였다.” 북한주민들도 조상들처럼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정치를 피해 이 땅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나날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