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강성국가와 전쟁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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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들어 북한정부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참가 하에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이 진행되었다고 특별방송을 했습니다. 작년 9월에 진행한 합동 군사연습 기록영화를 방영한 지 석 달밖에 안 되었는데 또 합동 군사연습 장면이 보도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과 당정 고위 간부들이 판문점을 찾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또 남한주민들도 잘 모르는 한 신문의 보도 기사를 구실로 온 나라를 남한정부를 단죄하는 마당으로 만들고 청년들이 군대에 탄원하는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남한은 사실 잠잠합니다. 요즘에 남한의 주 관심사는 4월 11일에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문, 텔레비전 등 모든 매체를 선거뉴스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군이 서해안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작년에 연평도 포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정부는 북한주민이 보기에도 이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식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강성국가 건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구실을 만들려는데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번 4.15에 강성국가가 건설된다고 주민들에게 몇 년 동안 선전해왔습니다. 북한당국은 우리는 사상의 강국, 정치 강국, 군사 강국인데 이제 경제 강국만 되면 강성국가로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4.15가 되어서도 경제 강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4.15를 맞으며 학생교복 공급, 식량배급, 명절선물 등을 좀 준비했지만, 강성대국의 징표라 하기에는 당국으로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주민들도 '역시 거짓말이구나. 앞으론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겠다'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북한당국이 내댈 수 있는 구실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못사는 것은 미국과 그와 결탁한 남한 때문이라고, 그들이 항상 우리를 군사적으로 노리고 있기 때문에 군비에 투자하다 보니 경제 건설에 힘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굶으면서 건설한 국방력도 의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영양실조에 걸리고 연료가 없어 기갑부대나 항공요원이 훈련조차 제대로 못하는 군대가 과연 싸울 수 있겠는지 북한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4월에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그것이 인공지구위성발사가 아니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라고 합니다. 즉 북한은 핵무기도 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있습니다. 즉 국방력이 부실한 것을 비대칭무기로 대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론에 의하더라도 국가를 지키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인민이 외면하는 국가를 무기가 지켜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일본, 남한 같은 주변나라는 북한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너무 잘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주변나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서도 군사 강국을 건설했는지 비결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