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민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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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에서는 지도부를 ‘최고 존엄’, ‘삶의 태양’으로 비교하고 “수뇌부가 없는 조선, 조선이 없는 지구는 생각할 수 없다”등의 표현을 써가며 주민들이 수령결사옹위성전에 총궐기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200여 개가 넘는 국가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북한처럼 자기의 지도자를 절대자로 내세우는 국가는 없습니다. 국가지도자가 몇 년을 주기로 교체되는 나라들은 두말할 것 없고 지어 아직까지 왕권이 남아있는 나라에서도 왕을 절대자로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왕을 태양에 비유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밝아졌습니다.

백성들이 무지해서 왕을 받들어 올리던 시기에는 왕권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때 주민들은 왕을 하늘에서 내려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왕을 하늘처럼 받들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의 추진, 과학지식의 발달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허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성화되던 왕도 주민 위에서 군림하던 국가도 결국은 정당한 권력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이름난 철학가인 루소는 국가주권은 국민에게 속하며 양도될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법을 집행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가권력이 주민에게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국가를 자기의 손으로 구성합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주민의 선거에 의해서만 될 수 있습니다. 주민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국가는 주민에게 마땅히 봉사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주민들 앞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주민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일을 잘하지 못하면 다음번에는 뽑아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개인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을 때에는 국가를 상대로 신소도 하고 물적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합니다. 얼마 전 남한에서는 교도소에서 폭행당한 수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해서 배상을 받았다고 뉴스에 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가에서 사는 주민들에게 대통령이 태양이고 대통령을 위해서 한목숨 바치는 성전에 참가하라고 하면 아마 당장 폭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은 대통령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도 자신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주민 중의 한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주민들이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 재임기간 동안 헌법에서 허용된 권력을 사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회주의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세기 종교국가나 봉건국가에서와 같이 수령을 절대자로 내세우며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까지 이런 논리를 펴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인민은 나라의 주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인민은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국가가 인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인민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나 국가가 주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때에는 주인인 인민이 자기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러한 국가가 진정한 인민의 국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