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구두장이 셋이면 제갈량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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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한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입니다. 거리에 나가면 부딪치는 것이 선거에 나선 사람들입니다. 각기 자기가 주민들을 위해서 더 많이 일하겠다고, 또 자기가 가장 준비된 사람이라고 알리느라 야단입니다.

남한의 국회의원 선거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선거와 달라서 당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나서야 하고 대중의 표를 얻어야 합니다. 남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면 정당의 추천을 받거나 개인이 무소속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남한에는 당이 많은데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도 많다보니 한 개 선거구에 후보자가 몇 명씩 나옵니다. 이들 중 선거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때문에 후보자들은 지역주민이 좋아할 공약을 내놓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아침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어다닙니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기 힘듭니다.

힘들게 선거된 것만큼이나 국회의원의 권한도 대단합니다. 남한에서는 흔히 국회의원은 각자가 하나의 작은 정부라고 말합니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권한은 법령을 만드는 입법권입니다. 남한은 당이 아니라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남한의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을 통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무서운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들입니다. 때문에 선거 이후에도 차기 선거를 생각해서 저마다 자기에게 표를 준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국회의원을 좋아하는 집단이 서로 다르다 보니 만들려는 법도 차이 납니다. 따라서 그를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국회의원을 설득하기도 하고 지어는 몸싸움까지 합니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은 남한의 국회가 참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북한은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말이 인공지구위성 발사이지 북한의 기술 수준에서 인공지구위성 발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계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한마디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시험을 하겠다는 얘깁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약속을 위반한데 대해 다시금 배신감을 느꼈고 미국은 영양원조 중지, 미국 군인들의 유해 발굴 중지조치를 취했고,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 역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에 반대하는 논평을 실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비용은 북한주민 1년 어치의 식량 값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북한주민은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십억이 드는 인공지구위성 발사를 찬성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더욱이 당장 먹을 것이 급한 상황에서 대북지원마저 끊기면 주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남한의 국회와 같으면 인공지구위성 발사 결정은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자기 지역의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다면 이 결정을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이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변자격인 조총련의 조선신보는 그 결정이 최고사령관의 의지라고 강조하면서 위성발사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인공지구위성 발사는 최고사령관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고, 1인이 결정하는 제도적 문제 때문에 이러한 비합리적인 계획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구두쟁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최고사령관의 단호한 결심이 아니라 수천만 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하는 대의원들의 토론과 투표에 의해 중대 사안이 결정되도록 체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이 다시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