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값없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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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0일 '그들은 오늘도 만리마 대진군 대오에 함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올해 1월 사망한 황해남도 은률(은율)광산 광부 6명을 추모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9일 갱 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로 은률광산 증산광구 기사장 안윤석 등 광부 7명 중 6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예측할 수 없는 지질학적 영향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이 지역은 석회암지대로서 공동들이 적지 않게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비책을 찾거나 그렇지 못하면 채굴을 포기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200일 전투 때부터 생산을 시작한 신설갱이라니 생산과제 때문에 안전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채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0년 지진으로 칠레의 산호세 구리 광산에서도 붕괴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칠레광산 사고의 직접적 원인도 지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너무 깊게 파고들었고, 50 미터씩 지지대로 땅을 남겨둬야 하는 것까지 무시하고 그 지지대인 땅까지 캐낸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했습니다.

칠레광산 사고는 기자 2천여 명이 취재에 동원되었고 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월9일에 발생한 사고를 3월 20일에야 보도했습니다. 그것도 그들의 삶을 온 나라가 다 알도록 해준 지도자의 크나큰 은정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칠레 광부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동원되었고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전 세계가 그들을 위해 모금했고 국경을 넘어 세계의 과학기술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광산의 힘만으로 구조작업을 펼쳤습니다. 구조과정에 퍼낸 감탕은 대형화물자동차 수십 대 분량이라고 하니 500톤~1만톤 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파내는데 열흘이 걸렸습니다. 칠레광산에서는 70만 톤의 암석과 토사가 갱도를 뒤덮었습니다. 칠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추기를 동원해 지하 700미터 아래 있는 광부들을 구원했습니다. 칠레 광부들은 하루분도 안 되는 식량과 물로 17일간을 버텼습니다. 그들은 69일 만에야 갱에서 나왔지만 33명 모두 살아 나왔습니다. 북한광부들은 열흘이었지만 오직 한명만 살아났습니다.

북한은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사상인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고 있다고 늘 강조합니다. 자본주의사회는 돈 밖에 모르고 돈을 위해서는 생명을 서슴없이 희생하는 사회라고 합니다. 물론 칠레광산에서 인명구조는 매우 잘 해결된 사례지만 일반적으로 자본주의국가가 생명안전에 더 관심을 돌리고 사고가 나면 인명구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합니다. 북한만큼 사람의 생명을 소홀히 여기는 국가는 드뭅니다.

이번에도 북한지도부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잃게 한 데 대해 심각하게 반성할 대신 그들의 희생을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둔갑시키고 영생의 삶으로 찬양하면서 대중동원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가장 어렵고 위험한 곳에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죽어도 자식은 광부를 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희생된 광부들의 뒤를 이어 부인들과 자식들이 자원하여 갱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북한은 항상 영생하는 정치적 삶에 대해 말합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육체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이 있는데 육체적 생명은 동물과 다름없는 생명이고 정치적 생명만이 인간으로서 귀중한 생명이므로 그를 위해 육체적 생명을 서슴없이 바치라고 합니다. 정치적 생명은 수령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정치적 생명이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주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지도자를 위해 생명까지 서슴없이 바치도록 세뇌하는 도구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