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28일 재건축한 조선혁명박물관 개관식을 방영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98세인 황순희 관장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거동이 매우 불편해 보였지만 북한치고는 장수자입니다. 황순희관장은 항일무장투쟁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고생을 적지 않게 했을 터인데 장수하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요즘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유행입니다. 저 세상에서 날 찾으러 오거든 육십 세는 젊어서, 칠십 세는 할 일이 남아서, 80세는 쓸 만 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노래는 100세, 150세까지 이어집니다. 남한에는 “운이 나쁘면 120세까지 산다”는 농담이 돈지 오랩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장수자 마을에 대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본의 오끼나와, 그루지야의 캅카스, 인도의 훈자 등이 세계 장수자 촌인데 좋은 공기와 주민들의 식생활습관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장수자 지역을 결정하는 요인이 지리적 조건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프랑스로 인구 10만명 당 36명, 다음 일본으로 20명, 미국 18명, 이탈리아, 영국 17명입니다. 2016년 남한의 100살 이상 장수자는 3159명으로 10만명당 6.6명입니다. 남한도 장수자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1980년 대 초만 해도 북한의 평균수명은 74세로 남한의 67세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2008년 통계에 의하면 100살 이상 장수자는 64명인데 반해 남한은 2335명으로 북한보다 거의 40배, 남한인구가 북한의 배라는 것을 감안하면 20배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남한주민의 생활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완전한 무상치료제가 아니지만 국민건강보험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모든 주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소득에 비례해서 보험료를 냅니다. 웬만한 병은 다 보험처리가 되기 때문에 불치병을 제외하고는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남한은 의료기술도 발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걸리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각종 암, 간경변, 뇌출혈 등을 치료하고 있으며 그 완치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다 보니 사람들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합니다. 주민들이 몸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운동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도 장수의 비결입니다. 주민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서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운동센터, 공원이 있어 운동할 수 있는 조건도 좋습니다.
4월 3일은 북한에서 인민보건법을 채택한 날입니다. 북한은 1980년 이 법을 채택하면서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 등 사회주의보건제도를 자랑했습니다. 김일성은 북한주민들이 자본주의사회처럼 풍족하게 살지 못해도 사회주의제도가 좋아서 평균수명이 길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무너지면서 북한은 오랫동안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이 병원이지 의료설비는 낡아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고 있고 주사기, 붕대, 혈압기 같은 기초의료기구와 수액과 같은 기초약품도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서 만성적인 영양실조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생활이 고되고 하루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운 주민들은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을 이해 조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남한은 장수자 지역으로 북한은 단명 지역으로 되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북한주민들은 장수자를 별로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생은 짧더라도 먹을 걱정, 치료받을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