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의 노동신문에는 책을 읽지 않는 남한사회를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신문은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하여 책을 읽으면 학교에서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는 남한의 학교풍조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을 비난할 상황은 아닙니다. 조사해보지는 못했지만 평균으로 치면 남한학생들이 보는 책이 북한학생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이유는 남한에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한에는 집집마다 책이 넘쳐납니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보니 두세 살 때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크는데 따라 그 수준에 맞는 계속 책을 사들입니다. 가는 곳마다 도서관이 있고 거기에도 책이 넘쳐납니다. 책이 넘쳐나다 보니 무료로 가지겠다는 사람조차 없어 아까운 책들이 파지로 버려집니다.
책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탁아소 유치원 어린이용 책만 보더라도 단순한 그림책은 물론, 백과사전, 세계명작 동화집, 영어책, 한자책 등 수백 종의 책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책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한글로 된 책은 물론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출판한 책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책을 주문해서 사볼 수도 있습니다. 만지는 사람이 먹기 마련이라고 책속에서 사는 남한학생들이 읽을 책이 부족하고 지어 교과서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북한에서 사는 학생들이 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남한학생들은 이전보다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남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계속 줄고 있습니다. 책뿐 아니라 종이신문 구독자도 줄어들어 잘나가던 대형 신문사들이 파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세상소식이나 지식습득에 무관심한 것은 아닙니다. 종이신문이나 책이 아니라 컴퓨터, 아이패드,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남한을 비난하면서 거리와 공원, 궤도전차와 지하전동차를 비롯한 공공장소들에서 손에 책을 들고 열심히 탐독하는 북한을 자랑했습니다. 정말 남한과 다른 모습입니다.
남한에는 공공장소에서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전철이나 대학 기관이나 학교들, 지어 카페나 공원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기 때문에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연결해서 책도 볼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는 책에 비할 바 없이 편리합니다. 손가락만 한번 움직이면 세계와 소통하는 장이 열립니다. 그리고 세계각지에서 발간한 수많은 책과 기사 중에 필요한 것만 골라서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함만 추구하는 세상이라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합니다. 책은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없습니다. 아트지로 만들다보니 책을 서너 권만 가방에 넣어도 4~5킬로그램이 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보다 전자기기를 선호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보는 학생을 구닥다리 취급하고 그래서 학생들이 종이책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하는 것은 제한성도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접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깊이 파고들고 생각을 집중하는 데는 책이 더 낫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는 풍조를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그러한 기사를 낸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기자는 세상소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기자들에게마저도 세상을 접할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버젓이 당보에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