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반응하지 않는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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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북한 어선이 남쪽으로 넘어와 남한경비정에 단속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북한 어선은 해상분계선(NLL) 이남에서 2시간 넘게 머물러 남한군에 단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속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경고사격을 했고 단속 과정에 북한 선원 3명은 횃불과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고 합니다. 남한은 나포 6시간여 뒤인 28일 새벽 북한 어선과 선원들을 물과 음료수, 먹을거리까지 충분히 챙겨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북한총참모부는 “남조선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어선을 강압적으로 나포하면서 놀아댄 무지막지한 깡패 행위와 우리 인원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이고 야수적인 만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스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군대는 남조선 해군 깡패무리들이 저지른 치떨리는 만행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3월 31일 북한은 서해에서 포사격 훈련을 한다고 남한에 통보한 후 배가 나포되었던 백령도 남측지역에 10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습니다. 당연하게 남한도 대응사격을, 그것도 3배로 했다고 합니다. 포탄이 오고 가는 서해안 백령도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남해바다에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 그 시각 주식 시장에서는 남한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고 주가가 올랐습니다. 정세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주식시장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급속히 하락합니다. 지난시기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하면 주가가 하락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그것을 무기로 남한을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식시장이 반응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남한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잘사는 사람들은 전쟁을 싫어합니다. 잃을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북한에 돈을 좀 주더라도 도발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도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남한주민들도 면역이 생겨서 웬만한 도발에는 끄덕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남한사람들을 보고 너무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식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남한주민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사람들도 면역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번에 남한주민 뿐 아니라 북한주민을 대상해서도 쇼를 했습니다. 북한은 30일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납치되었다 돌아왔다고 하는 선원들의 입을 빌려 총참모부의 입장을 다시 되풀이 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번 어선사건은 북한당국이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러나 남한주민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북한당국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정세가 긴장하니 동원된 태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선전해도 북한주민들은 꿈만 합니다.

북한당국은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미국이나 남한을 위협하여 대북지원을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은 초기에 대북지원을 이끌어내는데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북한주민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데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기적인 전술로만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주식시장이 보여준 것처럼 그 전술은 이미 시한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는 전술을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