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북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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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은 19일 2010년 실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북한휴대전화 가입자가 43만 191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9년 말 9만 1704명에서 4.7배 늘어난 것입니다.

물론 40만대란 전체 주민을 놓고 볼 때 2%도 안 되는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남한은 휴대폰 소유율이 101%로, 인구 1인당 휴대폰을 1대 이상 가지고 있고, 중국의 휴대폰 보급율도 64.4%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집 전화 보급률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손 전화를 쓰는 인구가 40만 명 넘었다는 것은 주목받을만한 현상입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중동혁명의 도미노가 일고 있는 속에서 발표되어 더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동유럽체제전환에 이어 제2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는 중동혁명은 바로 컴퓨터, 손전화기의 발전으로 일어난 혁명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시위소집 소식을 인터넷에 알렸고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손 전화로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그것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다는 것을 확인한 주민들은 힘을 얻고 너도나도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뜌니지에서는 한 노점상이 분신자살한 소식이 손 전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면서 분노가 전국에 확산되었습니다.

최근 북한에 도입한 이동통신도 바로 중동혁명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3세대 통신입니다. 3세대 통신은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고 무선 인터넷 기능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기능을 통해 동영상을 찍어서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려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손전화기가 인터넷과 직접 연결되고 인터넷에서 손전화기로 정보가 직접 전달되므로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을 즉시 알리고 다른 사람의 의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비록 최신기술인 3세대 이동통신이지만 사진촬영 같은 일부기능만 허용하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무선인터넷 기능 같은 것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기는 인터넷이 국제사회에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인 북한에서 무선인터넷을 통한 의사전달이란 꿈같은 소리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찍이 컴퓨터도입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최신과학기술, 특히 돈이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를 발전시켜 파산된 경제를 회복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컴퓨터 수재교육을 통해 전문가들을 육성했고 컴퓨터발전에 국가적인 투자를 집중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최첨단 산업의 발전을 전적으로 환영만 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상황입니다. 경제를 복구하고 돈을 벌겠다고 도입한 최신기술이 잘못하면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이유로 1998년에도 손전화기를 도입했다가 금지시킨바 있습니다. 때문에 전화만이 아니라 각종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이동통신이 북한에서 과연 가능할지, 오라콤회사의 경영실적을 아직도 세계는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과 경제의 발전은 민주화와 비례관계에 있습니다. 즉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주민이동, 정보확산 등이 활발해지고 결국 주민의식 변화를 추동하여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허용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북한의 경제나 과학기술이 정말로 발전한다면 현 북한체제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범 꼬리를 잡은 격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