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쿠바와 북한의 7차 당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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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것처럼 쿠바공산당 제7차대회가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쿠바와 북한은 지난시기 반미를 국가정책으로 내세웠고 현재까지 사회주의 기치를 표방하는 등 공통점이 많습니다. 게다가 당 대회까지도 같은 시기에 열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당 대회를 통해 본 쿠바와 북한은 같지 않았습니다. 이번 쿠바 당 대회에서는 라울이 다시 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라울의 연임을 축하해서 전문도 보냈습니다. 3대 세습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라울의 연임이 진심으로 반가울 것입니다. 그러나 라울의 연임은 세습이나 장기집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2011년 6차 당 대회에서 아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혁명을 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정권을 넘겼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라울은 의장직을 맡았지만 2018년에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8년 이후에는 의장직이 카스트로 일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36년 만에 열리게 되는 당 대회 준비에서 가장 힘을 넣고 있는 것은 김정은 우상화입니다. ‘김정은 조선’, ‘김정은 강성대국’ 등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 수준으로 올려 세우기 위한 선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당 대회에서는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확고히 수립되었다고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즉 북한의 당 대회는 쿠바와 달리 세습과 장기집권을 공고화하게 될 것입니다.

쿠바 당 대회에서는 고강도 경제개혁안을 승인했습니다. 당 대회에서 통과된 경제개혁안에는 주택 매매 허가, 수년 내 공무원 100만 명 이상 감축, 식량배급제 폐지, 국영회사의 자율성 신장, 정부지출 삭감, 외자유치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개혁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진행하는가 하면 당 대회를 앞두고 핵실험준비도 다그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핵미사일실험을 계속한다는 것은 경제제재를 각오한다는 것이고 경제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라울의장은 당 대회 연설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진입 연령 문턱을 60살로 제한하며, 당 고위직 간부의 은퇴 연령도 70살로 상한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라울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65살이든 70살이든 중요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지도자 활동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쿠바에서 고위직 간부의 연령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개혁정책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도 이번 당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는 60살 이하로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연령제한 조치의 목적은 쿠바와 다릅니다. 북한주민은 나이가 많을수록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이 많은 세대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다 살아보았습니다. 그들은 수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열심히 일했지만 국가는 나날이 쇠퇴하고 있고 사는 형편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노 세대는 지난날 북한보다 더 어렵게 살던 중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로막는 3대 세습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노 세대를 빨리 퇴진시키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조선노동당은 수령의 당, 김정은의 당입니다. 노동당대회 역시 김정은을 위한 대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