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은 노동신문에 “조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강도 높은 비난 논평을 실었습니다. 북한은 논평에서 북중관계 훼손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지난날 북중 관계가 당시 두 나라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발전해왔다는 중국의 입장에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논평에서는 “조선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밀접히 연관된 이웃 나라일 뿐 아니라 선대수령들께서 공동의 위업을 위한 투쟁의 길에서 붉은 피로 기발을 물들이며 함께 친선의 정을 쌓아 오신 유다른 전우의 나라, 형제의 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풍파 사나운 20세기 소용돌이치는 세계정치의 한복판에서도 두 나라는 사회주의의 기치를 수호하고 자주권을 지키는데서 뜻과 힘을 합쳐왔다.”고 추억했습니다.
논평은 동서냉전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지도부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오늘날 사회주의는 역사무대에서 종말을 고했고, 사람들은 사회주의 환상에서 깨어났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사회주의수호를 주장하면서 그를 위해 중국도 손해를 감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령의 절대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은 북한에서만 통하는 이론입니다. 사회주의국가의 수령이 독재자로 비난받고 있는 오늘 두 나라 관계에서 선대수령의 역할을 강조하는 북한지도부의 논리는 거의 희극에 가깝습니다.
북한은 북중관계가 악화된 원인을 중국에서 찾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원인은 북한에 있습니다. 북중관계는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거부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등소평은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에게 수차례 개혁개방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온 북한지도부는 변화를 읽을 수 없었습니다.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에서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으로 망할 것이라고 앞으로 두고 보라고 연설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중국과 달리 사회주의경제체제를 고집하던 북한은 파산했습니다. 때를 놓쳐 주변나라들과 아득히 떨어진 북한은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심을 잃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립하고 있는 남한과의 경제적 격차는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을 증대시켰습니다. 만약 북한이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받아들였다면 경제가 중국처럼 발전했을 것이고 남한의 발전된 경제력 때문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경제력에서의 열세를 핵개발로 극복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핵개발은 주변나라들에서 허용하기 힘든 것입니다. 최근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대국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시기에는 미국과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는 완충기지로 역할을 하던 북한이 오히려 동북지방에서 군사적 대립을 격화시키는 화근으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과 남한의 핵개발을 부추기고 있고 미국의 군사력증강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격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시기 중국은 북한과의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견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무턱대고 옹호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의 핵개발이 더욱 가속화되자 중국도 이제는 말로만 설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재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미국의 의견이 중국의 공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북한의 처지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핵이 북한지도부를 구원하게 될지 파멸시키게 될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