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한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만든 다큐(기록영화) “태양아래”가 화제로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날을 맞으며 탈북어린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진미'라는 이름의 여덟 살배기 북한 소녀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정일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등 평양 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기록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촬영과정에 자기가 기록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이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촬영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촬영 전후로 카메라를 끄지 않고 두는 방법으로 북한 당국이 보낸 이들 경호원이 영화에 개입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습니다.
촬영한 장면을 매일 북한 당국에 검열 받아야 했지만, 민감한 장면들을 따로 복사해 두거나 당국에 넘기기 전에 따로 편집해 놓는 방법으로 검열을 피했습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당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에서 '태양 아래'를 공개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가 노벨수상자들과 영국 BBC방송국기자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대학과 병원에서 북한대학생들과 병원 입원환자들을 만나보면서 그들이 줄 곳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면서도 인터넷 검색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은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나라라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나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습니다. 병원에서는 텅 빈 병원의 한 방에 환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어른용 운동기구를 이용하느라 어리벙벙해 있었습니다. 방문자들은 자기들이 찾은 최신 설비를 갖춘 병원에서도, 신형 컴퓨터가 가득 들어찬 과학박물관에서도, 빛나는 실내 물놀이 공원에서도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사람들은 당과 국가 앞에서는 솔직하게,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당과 국가의 허물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교양 받아 왔습니다. 외국에 가보지 못한 북한주민들은 다른 나라사람들도 역시 북한주민들처럼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북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 앞에서나 잘된 모습이든 못된 모습이든 모두 솔직하게 공개합니다. 국적에 관계없이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제일 나쁘게 생각하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는 상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받게 되는 충격이 어떠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 외국대표단을 초청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100여명의 외국기자들에게 취재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외신기자들은 자기들에게 행해지는 감시와 평양 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 등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자유가 어떻게 억눌리고 있는지 실제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을 찾는 외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북한주민들은 당국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무대에서 당국이 시키는 대로 배역을 수행하는 꼭두각시로 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은 북한주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하거나 당연시하도록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