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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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통령 오바마를 비하한 북한의 글이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보통 국가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상스러운 단어를 남발하며 미국의 대통령을 맹비난 했습니다. 문제의 이 기사가 번역되어 인터넷에 오르자 미국주민들이 분노했습니다. 미국정부는 북한의 도발행위가 아닌 비난보도에 대응한 적이 없지만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 정부가 통제하는 북한 언론이 촌스런 연극조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보도는 특히 추하고 무례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글을 읽은 미국사람들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미국은 인종차별에 매우 민감한 나라입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미주 등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민 온 주민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흑인들은 특히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 아는 것처럼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와 오랫동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1860년대 남북전쟁을 계기로 미국에서 노예제는 헌법으로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흑인과 백인은 같이 공부할 수 없었고 같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었으며 버스에서도 자리가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철폐하기 위해 1960년대 루터 킹 목사의 지도하에 비폭력 시민인권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운동에는 흑인뿐 아니라 많은 백인이 동참했고 마침내 흑인에 대한 차별이 철폐되었습니다.

인종차별을 완전히 금지하기 위해 투신하다 암살된 흑인 목사인 마틴 루터 킹은 미국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미국에서는 그의 생일을 국가적 명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흑인출신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인종철폐의 상징으로서 의미도 매우 큽니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에 매우 민감합니다. 미국에 갔을 때 흑인이라고 불렀다가 그렇게 말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흑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물었더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당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노동신문에 흑인출신의 대통령을 인종주의적으로 비하한 글을 공개적으로 실었습니다.

지난시기 북한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평등에 대해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흑인차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그러했던 북한이 노동신문에 이렇듯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인 글을 서슴없이 실은 것은 북한지도부가 강한 인종차별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입니다. 북한에서는 성분에 의한 차별제도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반동이면 아들 손자까지도 반동이 되고 할아버지가 혁명가이면 3대를 내려가며 대접을 받는 것이 북한입니다. 월남자가족, 치안대가족, 종파분자가족 재일교포가족, 재미교포 가족 뿐 아니라 지어 중국에 친척이 있어도 출세에 제한을 받는 것이 북한입니다. 이렇게 북한 내에서 인간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되다보니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을 차별하고 비난하는데 대해서 아무런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못합니다.

특히 북한의 이데올로기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북한을 제외한 모든 민족이나 국가는 다 적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도움이 안 되는 나라나 민족은 지구상에서 숙청해 버려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했다는 이 발언은 북한지도부의 이러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냉전도 해체되고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통합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지구촌에서 모든 나라를 적으로 간주하고 배척하면 그 나라가 반대로 국제사회의 적으로 됩니다. 사면초가 즉 주위가 모두 적으로 둘러싸이면 얼마나 살기 어려울지 오늘 북한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